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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량 감소에도 기업들 쌀 소비는 늘어
쌀 가공식품 수출, 18.8% 늘어 역대 최대
편리한 가루쌀, 식량안보·쌀 소비 확대 다 잡아

지난해 통계청의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로 전년(57.7kg) 대비 0.8kg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업체의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4.6% 늘어났다. 쌀 소비에 새로운 방향 설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곡물 가격 상승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루쌀(분질미·粉質米)'부터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쌀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쌀 가공산업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쌀 소비량 감소에도 사업체 쌀 소비는 늘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다. 2016년 61.9kg에서 지난해 56.9kg을 기록하면서 5년 만에 1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사업체 부문 쌀 소비량이 총 68만t으로, 2020년 65만t 대비 3만t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도시락류·면류·떡류와 식사용 조리식품 수요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시락류의 제조업은 전년 대비 16% 늘어났다. 실제로 즉석밥 등 식사용 조리식품의 수요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체 쌀 소비량은 2016년 65만9000t에서 2017년 70만8000t으로 늘기 시작해 2018년 75만6000t→2019년 74만4000t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2020년 65만t으로 급감한 소비량에는 코로나19로 쌀 가공식품의 수출길이 막히는 등의 외부 요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 간편식을 활용한 가정식 수요가 늘면서 즉석밥 시장이 확대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쌀 가공식품, 수출에서 '강세'

한편,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00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휘청대는 수출업계에서 매년 최고액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021년 전년 대비 18.8% 증가한 1억64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018년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간편식 수요 증가에 따른 쌀 가공식품 시장 확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떡볶이를 비롯한 떡류는 2020년에 비해 수출량이 17% 늘어났다. 이는 한류(韓流) 문화 확산과 함께 일본·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냉동 볶음밥·즉석밥 등 가공 밥류 수출액은 약 4600만달러였다. 전년 대비 약 32% 늘어난 수치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시장 등에서의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증가하며 수출이 확대된 것이다. 쌀 가공식품 수출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미국으로, 2020년 약 5500만달러에 달하는 쌀 가공식품을 수출하면서 전년 대비 약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쌀 가공식품 수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수치로, 쌀 가공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편리하고 시장 가능성 큰 '가루쌀'

농식품부는 그간 '쌀 공급 과잉 문제' 해결 방안으로 쌀 가공산업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이를 통해 쌀 가공산업이 성장하고 국내외 시장 규모도 확대되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 개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가공 전용 쌀 종류인 가루쌀(분질미)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가루쌀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쌀 종류로서, 2002년부터 '남일벼' 품종 개량을 통해 '수원542' '바로미2' 등이 가루쌀 품종으로 개발됐다. 일반 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어 건식(乾食) 제분에 유리하다. 또 가루쌀은 쌀을 그대로 제분하기 때문에 전분 손상이 적고 비용도 저렴하다. 특히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 있으며, 대규모 밀(小麥) 제분 설비에 현미를 넣어 대량 생산할 수도 있다. 농가에서는 병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루쌀(분질미)로 '식량안보 및 쌀 소비 확대'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쌀 소비 확대' 대안으로 제시됐던 가루쌀은 최근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밀가루를 대신할 건강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밀가루 알레르기를 가진 소비자가 많은 서양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쌀이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대표적 곡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함대 공격을 이유로 러시아가 곡물 수출 합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밀 가격이 요동쳤다. 미국에서도 밀가루의 대안인 가루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기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우리미(米) 카스텔라'는 가루쌀을 활용한 식품화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가루쌀로 제품화된 쌀 가공식품은 ▲각종 빵과 케이크 ▲면 종류 ▲맥주 ▲아이스크림 ▲튀김가루 ▲어묵 등 다양하다. 전북 고창의 '파머스 맥주'는 가루쌀을 사용한 수제 쌀맥주를 편의점에 유통 중이다.

쌀가루의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2027년에는 가루쌀 생산량을 연 20만t으로 올려 연간 밀가루 수요 200만t 중 10%를 대체할 것"이라며 "인센티브와 이모작을 통한 가루쌀 생산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공동기획: 농식품부·농정원·조선일보

[표] 사업체 부문 쌀 소비량 추이 기고자 : 이예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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