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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급전도 제도권서 밀려난다

신용 점수가 500점대로 낮아 은행 대출을 못 받는 강모(32)씨는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했던 카드론 대출을 최근 거절당했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 5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가 결국 대출 직거래 플랫폼에 들어갔다.

대부업체 몇 곳에 연락처를 남긴 강씨는 다음 날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부업체 직원은 "처음에는 30만원을 빌려줄 수 있으며 일주일 뒤 50만원으로 상환하면 한도를 더 늘려줄 수 있다"고 했다. 1주일 이자가 원금의 66.7%인 20만원이라는 것이다. 이를 연간 이자율로 환산하면 3468%로, 법정최고금리(연 20%)를 훨씬 뛰어넘는 초(超)고금리 불법 대출이다. 강씨는 "지인에게 빌려 급한 불을 껐지만 다음에 급할 땐 어디서 돈을 빌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법정 최고 금리에 육박한 카드사와 저축은행 금리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강씨처럼 저신용 서민들이 '급전 창구'로 이용했던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 금리가 연 15%를 넘기는가 하면, 저축은행의 신규 신용 대출 금리는 최고 19.9%까지 올라갔다. 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에 가깝게 다가서면서,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7개 전업 카드사의 10월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2~15.16%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과 비교하면 하단은 1.18%포인트, 상단은 0.74%포인트 올랐다. 이는 매달 카드사들의 신규 대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한 평균 금리다.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가 평균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신용 점수가 500점을 밑도는 저신용자에게 카드론을 내주고 있는 카드사의 최고 금리는 19.9%로 치솟았다. 게다가 신한·하나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신용 등급 기준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들에게는 아예 카드론 신규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 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조달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 예·적금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 7일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6.088%를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초(1월 3일 기준 2.420%)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조정 금리(우대금리+특별할인금리) 폭을 줄이면서 대출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다.

◇신용 점수 600점은 넘어야 긴급 생활비라도 대출

카드사와 함께 저신용 서민들의 대출 창구였던 저축은행 금리도 급등했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19%대의 신용 대출 금리를 적용하는 저축은행은 총 9곳이었다. SBI·웰컴·다올저축은행 등이 저신용 차주에게 19.9% 금리를 적용 중이었다. 8월까지만 해도 신용대출금리 상한이 19%대인 저축은행은 총 5곳이었다. 이 숫자는 9월 8곳으로 늘더니 지난달 9곳으로 또 늘었다.

저축은행은 채권 발행이 어려워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기준 금리가 높아지면 예·적금 금리를 올려 대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형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자 저축은행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예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저신용자 외면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사실상 신용 점수가 600점을 넘지 않으면 '긴급 생활비' 명목으로도 대출받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전국 저축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개인 신용 대출 상품 86개 중 45개는 저신용자(600점 미만)에게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준 82개 상품도 저신용자 취급 비율이 3%에 못 미쳤다.

[그래픽] 법정 최고금리 20%에 바짝 다가선 2금융권 대출금리 기고자 :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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