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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戰 승리에 온나라가 축제

사우디아라비아는 2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살만 국왕에게 요청해 이뤄졌다고 중동 매체 아랍뉴스는 전했다. 전날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C조 1차전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1위 사우디가 최고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를 앞세운 3위 아르헨티나를 2대1로 꺾고 '루사일의 기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공기관과 민간 회사는 물론 전국의 학교도 이날 하루 문을 닫았다. 사우디 축구 대표팀이 전 국민에게 승리의 기쁨과 더불어 휴가까지 선물한 셈이다. 사우디 도심 곳곳은 사우디 국기 색인 초록으로 물들었다. 가게, 식당과 사무실에서 국가가 울려 퍼졌고,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이 국가를 불렀다. 행인들에게 국기와 간식을 나눠주는 이도 있었고, 차량 위로 올라가 국기를 흔드는 여성들 모습도 방송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흥분한 나머지 문짝을 떼어낸 사우디 남성의 소셜미디어 영상은 하루 만에 530만회 넘게 조회됐다. 경기장 밖에서 "메시는 어디 있냐"고 외치거나, 메시의 오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의 '호우' 골 세리머니를 따라하는 팬들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사우디 대표팀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샴페인이나 맥주 대신 물에 흠뻑 젖어 승리를 만끽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빈 살만 왕세자도 가족과 함께 끌어안고 환호하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TV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거나, 친형인 압둘라지즈 에너지 장관과 함께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도 공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기 중 얼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대표팀 선수 야시르 샤흐라니(30·알힐랄)의 응급 수술을 위해 독일로 가는 개인 제트기를 띄우기도 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중동 국가들도 이날만큼은 하나가 되어 사우디를 축하했다. 중동에서 최초로 열린 월드컵인데도 주최국 카타르가 에콰도르에 0대2로 졌고, 이란이 잉글랜드에 2대6으로 패하는 등 아랍 국가들이 부진해 사우디의 승리가 더욱 빛났다. 카타르의 에미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은 사우디 국기를 어깨에 두른 채 응원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2017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가 지난 1월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 두바이도 공식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이집트, 요르단에서도 축하가 이어졌다. 사우디 내전 개입으로 분쟁 관계에 있는 예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사우디를 응원했다.

사우디는 2016년 6억5000만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해 스포츠 선수를 키워내겠다고 선언하고 세계 스포츠 이벤트에 본격적으로 참가해 왔다. 2017년까지는 여학생이 체육 수업을 하는 것도 금지됐다. 사우디의 승리가 그저 행운이 아니며, 철저한 분석과 훈련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우디 대표팀의 에르베 르나르(54·프랑스) 감독은 샤흐라니, 알리 불라이히(33·알힐랄), 하산 탐박티(23·알샤밥), 사우드 압둘하미드(23·알힐랄)로 구성된 포백 수비를 라인 중앙선 가까이 끌어올려 미드필드진과 간격을 좁혔고,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이 오프사이드에 자주 갇혔다. 객관적 전력 차를 극복할 전략을 만들어낸 것이다.

ESPN은 사우디가 카타르 실라인 비치에 있는 훈련장을 대회 3년 전에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자국 리그에서 선발된 사우디 대표팀 선수들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 한 달 전부터 4차례 평가전을 치르고 훈련을 해왔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지난 13일 UAE와 평가전을 치른 게 전부였다. 기고자 :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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