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역대 월드컵 분석

16강에 진출하려면 1차전 상대를 잡는 게 중요하다. 강팀·약팀을 막론하고 초반 유리한 고지를 점한 팀이 조별리그 최종 결과도 좋다. 지금 같은 32국 본선 진출, 16강 토너먼트 체제는 1998 프랑스 대회부터 시작됐다. 2018 러시아까지 총 6차례 대회 동안 96팀이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중 1차전에서 이긴 61팀, 63.5%가 16강에 올랐다. 나머지 중 27팀(약 28%)은 1차전에서 비겼다.

첫 경기에서 지고도 토너먼트에 합류한 경우는 8번(약 8%)에 불과했다. 특히 1998년 프랑스에선 1차전 패배 팀 중 단 한 팀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에도 1차전 패자가 조별리그를 통과한 경우는 매 대회 1~2팀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 1차전 잡아야 16강 확률↑

10회 연속, 통산 11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단 두 번(2002·2010)이었다. 이 두 차례 월드컵에서 한국은 1차전을 모두 이겼다. 2002 한일 월드컵 D조 1차전에서 폴란드를 상대해 황선홍과 유상철의 골로 2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2차전에서 안정환의 후반 33분 동점 헤딩골에 힘입어 미국과 1대1로 비겼다. 승점 4를 확보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전술을 펼치면서 포르투갈을 1대0으로 꺾어 조 1위로 16강 무대에 올랐다.

원정 첫 16강 신화를 일군 2010년에도 한국은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이정수와 박지성이 골을 터뜨리며 2대0으로 쾌승했다. 2차전에서 남미 최강 아르헨티나에 1대4로 대패했으나 이정수와 박주영의 골로 나이지리아와 2대2로 비겼다. 2차전까지 승점 3으로 같았던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와의 마지막 3차전에서 패하는 바람에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첫 경기 그리스전 승리가 16강의 보증수표였던 셈이다.

한국이 1차전에서 이기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한 건 2006 독일 대회 한 번이다. 당시 토고를 2대1로 눌렀던 한국은 프랑스와 1대1로 비기며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스위스에 0대2로 패하면서 조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비긴 두 차례 대회(1994·2014)에선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월드컵 도전을 마감했다.

◇1차전 패, 약팀에 더 치명적

한국 같은 중·하위팀은 1차전에서 패하면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플레이가 위축된다. 1차전을 이기면 전술적 운용의 폭이 넓어지지만, 패하면 무조건 2차전에서 승점 3을 따내야 16강을 꿈꿀 수 있다. 1차전에서 진 팀은 승점 3을 쌓으려는 다른 팀들의 집중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첫 경기에 패하고도 16강에 오른 팀들은 대부분 강팀이었다. 직전 2018 러시아 대회에선 FIFA 랭킹 16위였던 콜롬비아가 H조 1차전에서 일본에 1대2 충격패를 당했지만, 이후 폴란드와 세네갈을 내리 잡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2014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당시 랭킹 7위였던 우루과이는 코스타리카에 패한 후 강호 잉글랜드·이탈리아를 연이어 꺾으며 조 2위로 기사회생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독일은 멕시코에 0대1로 첫 경기에서 일격을 당했다. 스웨덴을 2대1로 눌렀지만, 마지막 3차전 한국전에서 0대2로 패하며 조별 탈락이라는 충격을 맛봤다.

[그래픽] 한국 역대 월드컵 1차전 성적 / 먼저 고지를 점해야 16강 간다 기고자 : 김민기 기자
본문자수 : 17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