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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민주·공화 초당적으로 '킬러 드론' 공급 요청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집중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대량 동사(凍死) 위기에 몰린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도울 첨단 무기 지원에 뛰어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산 부품을 사용한 각종 무기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허가했고, 미국은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나서 최신형 '킬러 드론(무인기)' 공급 검토를 요구했다. 그동안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망설여왔던 주요 품목들이 곧 우크라이나 군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재집권하고, 미국 하원에선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등 보수파가 득세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밀리타르니이' 등은 22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최근 자국 부품이 들어간 해외 수출 무기의 우크라이나 공급을 전격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이스라엘제 화기(火器) 통제 시스템, 전자 광학 장치 등을 사용한 것이 허가를 받았다"며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 기술이 쓰인 영국과 폴란드, 체코 보유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공여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정확히 어떤 무기들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기술로 만든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과 대포병·방공 레이더, 이스라엘 부품으로 개조한 옛 소련제 항공기와 전차, 장갑차 등이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적 군수(軍需) 강국이다. 주변 아랍 국가들과 벌인 수십 차례의 크고 작은 무력 분쟁 과정에서 전차와 미사일, 방공 무기 등 핵심 무기 체계를 자체 개발했다. 특히 전리품으로 손에 넣은 소련제 무기에 서구 기술을 접목,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는 역량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가 이스라엘에 지속적으로 무기 제공을 요청한 이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제 방공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러시아와 관계를 고려해 "공격 무기는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보수 강경파인 네타냐후 전 총리가 재집권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또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전략 물자 구매 자금도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헬멧이나 방탄조끼 같은 비(非)살상 장비만 제공해온 것에서 180도 돌아서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당선인이 (아이언 돔 등) 이스라엘제 방공 시스템 제공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지원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22일 미 연방 상원 여야(與野) 의원 16명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최첨단 무인 정찰·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정복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MQ-1C를 제공하면 전쟁의 흐름을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가 이란산 공격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후방을 타격해) 전쟁에 유리한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도 드론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킬러 드론'이라고 불리는 그레이 이글은 길이 8.53m에 날개 너비가 17m, 최대 이륙 중량이 1.63t에 달하는 중형 무인기다. 약 8㎞ 상공에서 30시간 이상 비행하며 초고화질로 지상을 감시할 수 있다. 8㎞ 떨어진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 4발과 최신 정밀유도폭탄 '바이퍼 스트라이크' 4발도 동시에 장착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색 정찰은 물론 타격 임무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갖춘 무기"라며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개월간 지속적으로 미 정부에 그레이 이글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그레이 이글 드론 제공이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레이 이글이 격추될 경우, 미국의 첨단 기술이 러시아와 이란, 중국에 유출돼 금세 모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유출을 우려하는 기술이 정보 수집 장치와 센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구호를 위해 45억달러(약 6조1000억원)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 자금은 의료진과 교사, 공무원 임금 지급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지원은 총 130억달러(약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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