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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후 조사… 여야, 전격 합의

여야가 23일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4일부터 45일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소방청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쟁점이었던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는 제외됐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여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조건으로 국정조사에 합의하는 현실론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조사 합의안을 발표했다.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승인한 뒤 자료 제출 등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기관 보고, 현장 검증, 청문회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가 같이 국정조사를 시작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정쟁으로 흐르지 않고 진실을 발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꼼꼼히 짜는 모범적인 국정조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국회에 주어진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쟁점이었던 조사 대상 기관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서울시 용산구 등으로 합의됐다. 국정상황실을 제외한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법무부는 제외됐다. 당초 야당이 내놓은 계획서에는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가 포함됐고, 이날 막판 협상까지 경호처 포함 여부가 쟁점이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야당이 경호처에 집착하는 건 이태원 참사와 무관한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부각시켜 정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계획서에서 '마약 수사'에 집중하느라 이태원 참사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에서 법무부도 조사 대상에 넣으려 했지만 합의 과정에서 빠졌다.

최종 협상에서 민주당은 활동 기간을 최대 75일까지 늘리자고 했고, 국민의힘은 당초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가 협의한 대로 45일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활동 기한은 24일부터 45일로 하되,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국민의힘도 곧장 간사 이만희 의원을 비롯한 7명의 특위 위원 명단을 내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핵심 원인은 아니더라도 대통령실 이전, 마약 수사와 관련한 경찰 인력 배치 문제가 어떻게 됐는지 규명할 필요는 있다"면서 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검찰청과 경찰청을 상대로 이 문제를 규명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수사·재판 등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을 계획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이는 관련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청문회에서 진술을 거부할 경우 국정조사 무용론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세부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협상 타결 1시간여 전까지도 "협상이 깨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여당 요구 사항이) 하나라도 관철이 안 되면 어렵다"고 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여당 내에선 국정조사 반대 의견이 강했다. 기고자 :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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