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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락에 공시가 역전 현상 속출… 과세기준 내리기로

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이전인 2020년 초 수준으로 되돌린다. 금리 인상과 주택경기 침체로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져 실거래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주택 보유자의 과중한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 공시가격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공시가격 조정은 야당 반대로 무산된 종합부동산세 공제액 상향 등 다른 세(稅) 부담 완화 조치와 달리,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원칙만 정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동결로는 부족" 현실화율 하향 조정

국토교통부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부동산원 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를 열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보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도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지난 4일 열린 1차 공청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이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그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해 평균 71.5%에서 내년 69%로 낮아진다. 표준 단독주택은 60.4%에서 53.6%로, 표준지(標準地)는 74.7%에서 65.5%로 현실화율이 내려간다.

유 교수는 "최근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일부 아파트에서 나타난 공시가격의 시세 역전 현상이 단독주택과 토지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어 현실화율 동결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전 정부가 2020년 11월 현실화 로드맵을 시행하면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었으니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4억짜리 집값 10% 내리면, 공시가는 17% 하락

유 교수 제안대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조정되면 시세 9억원이 넘는 주택이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많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시세 9억원이 넘는 집은 지난 정부가 '현실화가 미흡한 고가 주택'으로 분류해 최근 2년간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현 정부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받아들인다면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 현실화율은 올해 81.2%에서 내년 75.3%로 5.9%포인트 낮아지고,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78.1%에서 69.2%로 8.9%포인트 내린다.

가령 14억원이던 아파트의 시세가 10% 내려 12억6000만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원래대로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9억8406만원으로 올해(10억5140만원)보다 6.4% 내린다. 그러나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 내년 공시가격은 8억7192만원으로 올해보다 17% 하락한다. 이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는 보유세는 올해 218만원에서 현실화율 조정을 통해 내년엔 144만원으로 34% 줄어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어떻게 수정할지는 이날 공청회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유 교수는 "2024년 이후의 현실화율 목표나 유형·가격 구간별 달성 기간은 내년 하반기에 다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이달 초 1차 공청회에서 현실화율 목표치를 90%에서 80%로 낮추고, 달성 목표 시점도 기존의 2030년까지가 아닌 2035년이나 2040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소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2023년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에 상당 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당장 12월 중순에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잠정안 발표가 예정돼 있어 다른 대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애초에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최소한 2020년 수준으로 세금이나 부동산 관련 국민 부담을 정상화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도록 지나친 세금 부담을 덜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2023년 공동주택 가격대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그래픽] 14억원 아파트 시세가 10% 내릴 경우 내년 공시가격 및 보유세 변동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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