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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방일영국악상 시상식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니 놀고 놀려 하노라."

2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방일영국악상 시상식. 수상자인 무형문화재 가곡 예능 보유자 조순자(78) 명창이 특유의 단아하고 해맑은 소리로 가곡 '태평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태평가'는 1964년 국립국악원의 일본 공연 당시 스무 살 조 명창이 스승 이주환(1909~1972) 초대 국립국악원장과 함께 불렀던 인연으로 유명한 노래다.

세월이 흘러서 이번에는 조 명창의 곁에 아들인 신용호(52) 가곡전수관 사무국장이 나란히 앉아서 '태평가'를 함께 불렀다. 진행을 맡은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어머니와 아들이 이렇게 든든하게 우리 전통 가곡을 함께 부르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가곡 전수의 맥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94년 '국악의 해'를 맞아 제정된 방일영국악상은 한평생 국악 전승과 보급에 힘쓴 명인과 명창에게 수여하는 국내 최고 권위 국악상이다. 조 명창은 수상 소감에서 "'국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방일영국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서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면서 "오랜 세월 전해진 귀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더 많은 사람이 듣고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 명창은 부상으로 상금 8000만원을 받았다.

조 명창은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으로 불리는 가곡 분야의 외길을 60여 년간 걸었다. 가곡은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시(時調詩)에 곡을 붙여서 거문고와 가야금, 대금과 세피리, 해금과 장구 등의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전통음악이다. 기존 여창(女唱) 가곡 15곡에 서른 곡을 추가해서 1998년 여창 가곡 전집 음반(6장)을 완성했고, 2004년에는 악보집 '여창 가곡 마흔 다섯 닢'도 출간했다. 2001년 무형문화재 가곡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고, 2006년에는 세계 최초 가곡 전수관이 창원에 건립됐다.

조 명창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가곡은 종묘제례악·판소리 등에 이어서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명희 방일영국악상 심사위원장은 "판소리의 본고장인 전라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국악 저변이 넓지 않았던 경상도에서 전통 성악 음악의 정수인 가곡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한평생 매진한 국악계의 보배 같은 존재"라고 평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대학에서 가르치고 방송에 출연하고 후진을 양성하면서 갈고닦은 명창의 소리는 득음(得音)을 넘어서 득도(得道)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에서 김 전 의장이 "우리 집안의 사촌 형수님"이라는 사연을 공개하자 참석자들의 박수도 더욱 커졌다.

이날 시상식에는 역대 수상자인 정재국(18회), 안숙선(20회), 이춘희(21회), 이재숙(24회), 김일구(28회) 명인 명창과 심사위원인 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윤미용 전 국립국악원장, 김영재 무형문화재 거문고산조 보유자, 김정수 용인대 명예교수,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참석했다. 내빈으로 윤주영 전 문공부 장관, 이종식 전 국회의원,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조연흥 전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김중채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 박일훈 전 국립국악원장, 권두환 서울대 명예교수, 신경숙 한성대 명예교수, 윤중강 음악 평론가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 변용식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김문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이영선 통일과나눔재단 이사장, 김민배 TV조선 대표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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