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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줄파업 돌입… 한국경제 타격 우려

민노총이 22일 '노동개악 저지' '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주장하며 최근 몇 년간 없던 최대 규모의 '동투(冬鬪)'에 돌입했다. 23일부터는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 등 산하 조직이 연달아 줄파업에 돌입한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등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개혁과 인력 감축 등 공공 부문 효율화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등 노동권 보장을 넘어 정치적 투쟁 성격까지 띠고 있다. 지하철·철도·학교 등 공공 부문 노조의 파업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될 상황이다.

◇화물·철도·학교까지 줄파업

민노총의 이번 총파업에는 공공운수노조·학교 비정규직 노조 등 공공 부문 산하 노조가 대거 참여한다. 이들은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부문 구조 조정 중단을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교통·교육·의료 등 공공 부문 투쟁은 보통 연말에 집중되는데, 올 연말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종료 시한과 맞물리면서 민노총이 전선을 총투쟁으로 확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노동계 인사는 "철도와 지하철, 학교 등 사회 핵심 시설에서 동시 다발적 총파업이 진행되는 것은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이라며 "민노총이 이번 파업을 교두보 삼아 사용자를 제쳐 두고 정부와 노조가 직접 대화하는 '노(勞)정(政)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인천공항지역지부·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용인경전철지부를 시작으로 총파업에 돌입한다. 24일부터는 화물연대가 무기한 운송 거부에 들어간다. 노동계는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의 주력 부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우리 산업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물류 산업이 마비될 경우 철강·조선·건설 등 핵심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군사작전처럼 이어지는 이번 총파업의 핵심은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될 것"이라며 "연말 특수가 기대되는 시기에 산업 현장이 멈추면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철도 등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30일에는 서울시교통공사노조가, 다음 달 2일부터는 전국철도노조가 인력 감축 등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다. 25일에는 교육·의료 등 공공부문 산별 노조 6곳이 총파업에 돌입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교내 급식·돌봄 공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 통과, 노동 개혁 저지가 목표

민노총이 이번 총파업을 결정한 것은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정기 국회 안에 각종 친(親)노동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하청 노조가 하청뿐 아니라 원청을 상대로도 쟁의를 할 수 있도록 파업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를 금지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은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이후 민노총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건설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산업 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의 절반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다"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현재 형법의 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 규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건설업계만 콕 집어 또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개혁 정책을 무력화하는 것도 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출범 직후부터 주요 과제로 정하고 주 52시간제 유연화, 직무 성과급제로 임금 체계 변화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 정책을 준비 중이다. 노동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다음 달 13일 최종 노동 개혁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최종안이 나오기도 전에 민노총이 총파업을 통해 세를 과시하고 정부의 노동 개혁이 좌초되도록 분위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야당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동계를 껴안으려고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15일 한국노총과 민노총 사무실을 잇달아 방문, 노란봉투법 통과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민노총을 방문해 노란봉투법 통과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픽] 민노총 파업 일정 기고자 :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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