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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자산운용 인수 나선 사모펀드 KCGI 강성부 대표

주식을 사들여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 주자 격인 사모펀드 KCGI(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가 최근 매물로 나온 메리츠자산운용 인수에 나서면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 등을 일으키며 '논란의 투자자' '기업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이른바 '동학 개미'가 급증하면서 3조원대 투자금을 모았지만, 존 리 전 대표가 차명 투자 의혹으로 사임하면서 개점 휴업 상태다. 사모펀드 전문가가 공모펀드 회사는 왜 인수하려 나선 걸까.

그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가 날개를 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공모펀드, 그중에서도 해외 투자에 특화한 공모펀드로 영역을 넓혀볼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6월 목대균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과 함께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목 대표는 미래에셋에서 인사이트 펀드,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펀드 등을 이끌었던 스타 펀드매니저로, 강 대표와는 서울대 투자 동아리(스믹)와 대우증권에서 함께 지낸 인연이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면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을 통해 해외 공모펀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메리츠 운용이 가치 투자를 내걸었지만 투자하는 회사에 제대로 관여하지 않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기업 가치를 올리고 주가도 올려보려고 한다"며 "손정의 펀드가 해외 혁신 기업에 투자해 혁신의 과실을 일본 사람들과 향유하듯 우리도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위기가 올수록 촉수가 바짝 서는 채권 전문가답게 그는 올 초 시장이 심상찮게 돌아간다고 느끼고 투자 자산 대부분을 매각했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다시 투자 기회가 올 것"이라며 "2차전지와 방산 분야만큼은 정리하지 않고 갖고 있다"고 했다.

◇"수익률 높은 펀드가 좋은 펀드다"

세간의 '기업 사냥꾼'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좋은 누나인 것처럼, 수익률 잘 내는 펀드가 좋은 펀드 아닙니까"라고 했다.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2015년 LK투자파트너스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냈다. 이제까지 투자한 것 중 수익률로 따지면 현대시멘트와 요진건설 투자가 성공적이지만, 금액으로 보면 한진칼 투자가 최고 수익을 안겼다. KCGI는 2018년 한진칼의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지분을 사 모아 2대 주주로 등극했다. 경영권 확보는 실패했지만 지난 3월 호반건설에 지분 17.43%를 전량 넘기면서 3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강 대표는 "결과적으로 한진칼의 재무 구조가 좋아진 것은 틀림없다"며 "'보초병'이 있으면 대주주가 배임이나 횡령, 기업 가치 훼손하는 일을 덜 하게 된다. 자본시장의 메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함께 '한국 기업 거버넌스 대상'을 올해부터 처음 선정하기 시작했다. 상금 10억원 기부 약정도 맺었다. 21일 1회 시상식에서 '좋은 기업가'의 표본으로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강 대표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은 회초리만 들어서 되는 게 아니다. 잘한 기업에 당근도 주고 칭찬과 박수도 필요하다"고 했다.

◇상속·증여세 낮춰야 자본시장 선순환

대주주들이 싫어하는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자 감세' 굴레를 쓴 상속·증여세 감세도 앞장서 얘기하고 있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이 최대 주주 할증까지 붙이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 이상하고 가혹한 법이 많은 기업인을 범법자로 만들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손해를 끼친다"고 했다.

우리나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평균 2.9%에 불과하다. 나머지 97%는 일반 주주가 갖고 있어, 세금을 깎아주면 결국 일반 주주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배당소득세 최고 세율도 49.5%로 높아 대주주들이 배당하지 않고 유보했다가 내부 거래를 통해 자식들에게 빼돌리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 최고 세율(25%)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율을 내리면 정상적 승계가 이뤄져 자본시장이 선순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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