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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건축가들, 카타르 도하서 '競演'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월드컵 대회에 블룸버그·포브스 등 외신들은 "역사상 가장 비싼 월드컵"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번 월드컵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최고 건축가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이오밍 페이, 노먼 포스터, 렘 콜하스,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 자하 하디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이름만 꼽기에도 숨이 찰 지경이다.

월드컵을 위해 카타르가 새로 지은 경기장은 7곳. 이 중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약 20㎞에 위치한 8만명 동시 수용 규모의 루사일 경기장은 199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포스터+파트너스가 설계했다. 결승전을 포함해 9경기가 열린다. 아랍 전통 수공예품을 닮은 거대한 황금 그릇 형태의 이 경기장에 대해 포스터+파트너스는 "스포츠 이벤트의 극장적 성격을 강화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인 형태를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야심이었다"고 했다. 사막의 지평선 위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야심이다.

중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쓰인 돛배 '다우(Dhow)'의 돛을 형상화한 개폐식 지붕을 가진 알 자누브 경기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서울 동대문 DDP를 설계한 이란 건축가 고(故)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다. 천연가스 발견 전까지 카타르의 거의 유일한 산업은 진주 채취. 이 경기장은 진주 잠수부들이 탔던 배의 흰 돛 모습으로, 가난했던 과거와 강소국이 된 현재의 카타르를 함께 담고 있다.

사실 중동 사막 한가운데에서 월드컵을 여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카타르는 경기장마다 태양광 발전부터 물의 순환과 자원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고 강조해 왔다. 외신들은 회의적이지만, "최초의 탄소 중립(실질적 탄소 배출량 '0') 월드컵"이라 주장한다.

이런 방침에 따라 경기장 8개 중 6개는 조립식 모듈 방식으로 지어져 월드컵이 끝나면 재활용된다. 해운 컨테이너로 지어져 완벽한 해체와 재활용이 가능한 '974 경기장'이 대표적이다.

노먼 포스터의 작품인 루사일 경기장 역시 월드컵 뒤 역할을 바꾼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는 지난달 말 도하의 위원회 전시관을 공개하며 "대회 뒤 루사일 경기장은 쇼핑몰, 공원, 보건센터, 교육기관 등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장뿐만이 아니다. 도하에는 월드컵에 즈음해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하 항만 지구의 밀가루 공장을 2030년까지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 '아트 밀(Art Mill) 뮤지엄 2030'의 설계는 2016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의 건축사무소 엘레멘탈이 이끌고 있다. 렘 콜하스의 건축사무소 OMA는 카타르 국립도서관을 지었고 2030년 오픈 예정인 카타르 자동차 박물관 설계도 맡았다. 2001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 역시 2030년 오픈 예정인 루사일 뮤지엄 설계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5일 재개관한 '이슬람 예술 박물관(MIA)'은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고(故) 이오밍 페이의 작품. 이전까지 도하에서 가장 유명했던 건물도 장 누벨이 지은 '사막의 장미'로 불리는 카타르 국립 박물관이었다.

화려한 건축 붐의 이면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약 2000억달러가 투입된 월드컵 건설 붐이 시작된 뒤 주로 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6500여 명이 건설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FIFA는 월드컵 건설 관련 사망자는 37명이라고 반박했다. 기고자 : 카타르(도하)=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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