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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독감 백신 주사를 맞기 위한 장소를 찾다 보니 가장 가까운 곳에 소아청소년과가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자 방금 주사를 맞은 듯한 아이가 얼굴이 빨개진 채 울고 있었다. 아팠겠지. 그 날카롭고 뾰족한 것이 살을 따끔 찌르는데 어찌 안 아프겠는가.

조선 시대 때 곽주라는 유학자가 있었다. 그는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곽재우의 친척이었는데, 그의 아내 무덤에서 남편인 곽주가 보낸 편지들이 발견되었다. 곽주는 정말 자상한 아빠이자 남편이었다. 임신한 아내의 출산이 임박하자, 외지에 있던 곽주는 걱정한 나머지 편지를 보낸다. 해산기는 있느냐, 꼭 사람을 보내 알려라. 당신 먹일 약은 내가 직접 달여주겠다. 온갖 걱정과 사랑을 담긴 편지를 연달아 보냈다. 자식들이 하나둘 태어나자 곽주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편지를 보내고, 같이 먹으라며 맛난 먹을 것도 챙겨 보낸다. 그런데 막내아들 대임이 종기를 앓게 된다. 지금이야 소독약이 있지만, 그게 없던 시절, 종기는 문종을 비롯한 많은 왕의 목숨마저 앗아간 무서운 병이었다. 그래서 대임이는 병을 치료하러 아빠에게 간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보고 곽주는 기뻤지만, 문제가 있었다. 병의 치료에 아이가 통 협조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곽주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다. "침을 맞는 걸 무서워해서 맞히질 못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옛날의 치료법은 침 맞고 뜸 뜨는 것이었을 텐데, 날카로운 침을 보자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면서 거부한 것이었다. 만약 옛날식으로 "이놈!" 하고 경을 쳤다면, 아이는 꼼짝없이 침을 맞았을 것이지만, 아버지 곽주를 비롯해 주변 어른 중 누구도 아이를 어쩌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일 말고도 옛 글들에선 아픈 아이들을 둔 부모가 '애가 침을 무서워하는데 어쩌나' 하는 심정을 적은 글을 보곤 한다. 다행히 대임이는 침을 맞았는지 어땠는지 병이 잘 나았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침은 따끔해서 아픈 법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어른인 나는 아직도 주사가 무섭다. 그래도 백신은 울지 않고 맞았다. 기고자 : 이한 작가·'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 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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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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