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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80일간의 세계 일주'

19세기 영국, 평생 모험 따위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런던 신사 '필리아스 포그'(데이비드 테넌트)에게 엽서 한 장이 배달된다. 발신인도 없는 엽서엔 '겁쟁이(coward)' 단 한 단어뿐. 신사들의 사교 클럽 소파에 몸을 묻고 잡담으로 소일하던 일상을 박차고, 포그는 그날 아침 신문에 보도된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도전하기로 한다.

20만 파운드의 거액이 걸린 이 내기에 이기려면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세계를 한 바퀴 돌아와야 한다. 여러 나라 말에 능통한 프랑스 출신 흑인 하인 파스파르투가 앞장서고, 신문기자가 되고 싶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인 애비게일이 이 불가능해 보이는 여정의 동행이 된다.

'현대 판타지의 선구자' 쥘 베른의 1873년 동명 원작 소설을 21세기 시청자도 즐거워할 색깔과 소재들로 솜씨 좋게 재구성했다. 주인공 포그 역의 데이비드 테넌트는 BBC 장수 드라마 '닥터 후'로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배우. 까다롭고 쪼잔하며 신경질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남이다.

코뮌 운동이 벌어진 파리, 예멘의 사막, 여성 차별이 엄중한 인도와 인종 차별이 서슬 퍼렇던 미국을 거치며, 이야기는 50줄에 들어선 사내의 성장 드라마이자 역사에 비춰 현재를 성찰하는 거울이 된다. 원작의 남성 형사를 여성 기자로 변형한 '애비게일' 캐릭터도 매력적. 역사 속 실존 인물들과의 만남도 흥미롭다. 정주행을 부르는 매력적이고 유쾌한 모험담이다.

클래식 '오귀스탱 뒤메이'

프랑스 명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73)가 24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단짝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함께 모차르트와 베토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 등을 녹음해서 국내에서도 친숙한 연주자. 뒤메이와 피레스는 첼리스트 지안 왕과 피아노 트리오로도 즐겨 호흡을 맞췄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베토벤과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모차르트의 소나타 18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준다. 한국 출신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이 피아노 연주를 맡는다.

영화 '아마겟돈 타임'

미국 감독 제임스 그레이의 신작 '아마겟돈 타임'은 198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말썽꾸러기 두 소년을 등장시킨 성장 영화다. 이 작품이 다른 성장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 학교에서 사사건건 말썽만 일으키는 이 두 소년이 중산층 백인과 가난한 흑인 가정 출신이라는 점. 초반에는 따스하고 유쾌한 시선이 두드러지지만, 후반에는 양심과 비겁함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주인공 소년의 처지를 통해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앤서니 홉킨스, 앤 해서웨이 등 화려한 출연진이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연극 '스카팽'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다. 프랑스 희극의 출발점으로 통하는 몰리에르 원작을 임도완 연출이 신체극을 더해 풀어낸다. 부모끼리 맺은 정략결혼을 깨고 싶어 하는 남녀가 하인 스카팽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제가 끼어들어 해결 안 된 건 없다"는 스카팽의 호언장담과 계략은 먹힐 것인가. 통렬한 풍자와 웃음, 사랑과 페이소스, 약간의 눈물까지 경험할 수 있다. 한국 사회를 반영한 국립극단의 코미디 레퍼토리다. 강해진 김명기 문예주 등이 출연한다. 23일부터 명동예술극장.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대나무 곡예로 열려 공중 곡예로 닫힐 때까지 육체의 한계에 도전한다. 어릿광대가 왕위를 차지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중심으로 초현실적 무대, 음악, 연출, 의상, 분장이 어우러진다. 아슬아슬한 공중 곡예와 트램펄린부터 아기자기한 저글링과 훌라후프까지 구성력도 좋다. 다투고 헤어져 그리워하다 다시 만나는 광대극은 웃음으로 객석과의 장벽을 허문다. 1막을 마무리하는 눈폭풍, 10명이 과감한 공중 도약을 수행하는 2막의 피날레가 강렬하다. 내년 1월 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텐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