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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년 역대 경제사령탑들 쓴소리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역대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원로들이 한국 경제가 또 한번의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을 기념해 21일 주최한 '도전과 도약의 60년: 한국 경제 어제와 오늘' 간담회 자리는 한국 경제의 성과에 대한 축하보다 앞으로 갈 길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60년 전 KDI가 있던 서울 홍릉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대한민국 발전 역사에 보람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절대 긴장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역대 부총리·장관 24명과 역대 KDI 원장 7명 등 총 31명이 참석했다. 한국 경제가 마주한 현 상황에 대한 원로들의 우려와 조언이 이어지면서 비공개 오찬 행사는 계획보다 한 시간쯤 길어져 오후 2시까지 이어졌다.

◇원로들 "아직 갈 길이 멀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낸 강경식 전 부총리는 과거 가난했던 신생국가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강 전 부총리는 "금방 무너질 수 있고, 지켜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면서 "(과거에는 계획하면) 집행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시행할 수 있었는데, 이 엄청난 여소야대 '허들'을 어떻게 넘을 것인지 정말로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하루의 팔 할을 야당 의원들을 일대일로 불러 설득하면서 보냈다고 한다"며 "우리도 내년 총선까지는 그런 식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설득을 강조한 것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아무도 유효한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치가 한국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건배사에서 "우리가 선진국이지만 아직 일류 선진국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 발전과 번영을 위해 건배한다"고 했다. 그는 "경제개발 계획이 1990년대 초반에 중단된 것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1970~80년까지만 해도 국가 주도 계획 발전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옛날과는 다른 국면"이라며 "우리 경제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국가 주도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문제에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고, 역사적 숙명을 다한 공기업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우리 경제가 언제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겠느냐"면서도 "지금은 복합 중층 위기다. 지금이 제일 어려운 때다. 어느 하나도 쉬운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제가 1960년생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때부터 지금까지 이 순간까지 대한민국 발전 역사와 같이했다. 아무것도 모를 때, 갓난아기 시절부터 우리 선배들께 많이 배우며 한국이 이만큼 왔고, 저희도 이만큼 컸다"고 했다.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은 '기적'이라고 평가받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뤄낸 주역이시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자긍심을 되새기는 것보다는 다가올 60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선배들께 지혜를 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국민 96%가 "현재 한국 위기 상황"

이날 KDI가 공개한 설문 조사에서 일반 국민 73%가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이 이뤄낸 경제·사회적 성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국민의 96%가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했다. KDI가 이달 초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과 경제 전문가 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이 이뤄낸 경제·사회적 성과에 일반 국민 73%, 경제 전문가 9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 68%, 전문가 93%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고 봤다.

[그래픽]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 얼마나 성장했나 기고자 : 황지윤 기자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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