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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시는 지난 2018년 5월 문화·예술 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했다. 그러면서 예술가를 지원하고, 취약계층을 포함해 시민 모두가 문화와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약계층 배제 없는 문화·예술 정책'을 발표했다. 파리시는 도시를 문화·예술 창조 공간으로 만드는 동시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끄는 '문화 나눔 정책'을 함께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제정된 문화기본법을 통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명문화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문화 복지 정책 대상을 확대하고, 문화 향유 격차를 축소시켜왔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 복지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문화 자본이 사회적 신분을 구별 짓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문화 향유의 정도와 수준이 계층을 구별하는 요소라면, 문화 정책은 모두가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예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공예는 문화예술을 체험하기에 가장 친밀한 분야이다. 식사를 담아내는 그릇, 앉아 있는 의자, 따뜻한 커피가 담긴 잔 등 우리네 일상에 늘 공존한다. 적절한 쓰임새를 제공하고, 기능적인 동시에 정서적인 교감을 형성해주는 것들이 바로 공예다. 즉 우리에게 공예는 일상 속 예술인 셈이다.

이렇듯 일상 생활과 밀접한 공예이지만, 정작 정보가 부족하거나 비용이 부담되어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공방을 일부러 찾아가거나 문화회관 등에서 수강하지 않으면 공예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누구나 공예를 일상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2022 행복한 공예교육'을 새로운 사업으로 시작했다. 특히 문화적으로뿐 아니라 지리적·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문화 향유를 돕는 데 마중물이 되고 있다.

전국의 교육 단체들과 함께 지역 문화와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협력했다. 그 결과 440여 명의 공예가가 코로나 19로 위축되었던 작업 활동을 재개했고, 전국의 문화 소외 시민 1650여 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진주 공예인협회에서는 지리적으로 소외된 한산도 주민을 대상으로 '섬마을 공예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지역 특산품인 나전칠기 공예품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충남 서천에서는 공예 경험이 생소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산모시를 활용한 수업을 했다.

충북 영동에서는 영동군 보건소와 협력하여 자발적 참여가 어려운 치매환자를 위해 간단한 움직임을 통해 공예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지 공예, 천연 염색 등을 통해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고 촉각을 자극하며 문화로 교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문화예술 참여가 가지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오케스트라 활동 참여를 통해 마약과 범죄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빈민가 청소년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한 모습에 전 세계가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순간이 제공되며 예술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작은 공예교육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사하며 문화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일구는 데 앞장서려 한다.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작지만 소중한 기회를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고자 :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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