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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 증시 한번 더 급락… 저도 30년만에 예금 가입＂

"올해는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 기준금리에 시장이 큰 영향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경기 침체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자산 가격이 급등하던 지난해 시장 폭락을 경고해 '닥터둠(doom·파멸)'이란 별명을 얻었다. 요즘 그는 '킹영익(영어로 왕을 뜻하는 king과 합성어)'이라 불린다. 그가 "내 생애 못 볼 폭락이 온다. 준비해야 한다"라고 경고한 지난해 10월 당시 3000선을 넘었던 코스피가 1년 후 2200 아래까지 고꾸라졌고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도 미리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그의 선택지는 어디일까.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예금과 채권으로 관심을 돌려야 할 때다. 나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최근 예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2월 16~17일 이틀간 서울 대치동 SETEC(세텍)에서 조선일보가 개최하는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연사로 참석한다. 그는 행사 둘째 날인 17일 '혼돈의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기회'란 주제로 2023년 투자의 길을 제시할 예정이다.

◇"물가 지표 집착은 그만, 이젠 경기 침체가 변수"

지난달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증시가 일시적으로 급반등했다. 김 교수는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속도를 늦출지 모른다는 기대 하나로 과민 반응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물가 하락과 연준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을 증시가 앞서서 다 반영해버렸습니다. 이제 증시를 가장 크게 움직일 변수는 점점 다가오는 경기 침체만 남았습니다."

그는 내년 1분기 전에 증시가 한 번 더 큰 폭으로 하락해 18일 현재 2444인 코스피가 2200 정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니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은 미래가 불확실해 투자를 줄이는 등 악재가 많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 하락'을 무조건 호재로 보는 요즘 시장의 시각도 곧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제는 물가 상승률 하락이 건강한 물가 진정이 아니라, 수요 위축이 물가를 억눌러 발생하는 경기 침체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물가보다는 경기에 관한 지표를 더 민감하게 보아야 하는 쪽으로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고 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예사롭게 보지 마라"

김 교수는 미래의 경기를 예측할 때 수출 지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장·단기 금리 역전(만기가 짧은 채권 금리가 만기가 긴 국채보다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 등을 참고한다. 그는 대부분 지표가 나쁜 가운데 경기 침체의 가장 선명한 '경고등'이라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최근 들어 특히 뚜렷해진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미국 국채의 경우 만기 2년과 10년의 금리가 역전되면 경기 침체가 온다고 하는데, 이달 들어선 만기가 (2년보다) 더 짧은 3개월짜리 미 국채 금리가 10년보다 높아지는 초유의 역전이 발생했다. 채권 시장은 경기 침체가 더 임박했다고 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혼란스러운 지금의 투자 전략에 대해 "예금하기 굉장히 좋은 때"라고 했다. "앞서 말한 경기 둔화 위험을 감안하면 지금의 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고, 따라서 금리가 앞으로는 내려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 시중은행까지도 연 5% 금리를 주는 만기 5년짜리 예금 상품을 내놓았는데 금리가 내려갈 때 가지고 있으면 유리할 것 같아 저도 가입했습니다." 기고자 :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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