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남미 강호 숙소 가보니… 이영빈 기자 르포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숙소는 의아하게도 카타르 대학교 남자 기숙사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를 포함해 몸값 총합이 7억4800만유로(약 1조382억원)에 육박하는 선수들이 일반 대학교 기숙사에서 묵는다니. 의아한 외신들이 일제히 묻자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우리의 전통 바비큐 요리인 '아사도'를 직접 구워 먹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하지만 바비큐는 호텔 식당에서도 얼마든지 직접 구워 먹을 수 있기에, 왜 굳이 대학교를 택했는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후 카타르 대학교를 직접 찾아가봤다.

◇철통 보안 아르헨티나

카타르 대학교 지하철역 출구로 나서자마자 바로 철창이 보였다. 한국 국회의사당 부지 면적과 맞먹는 캠퍼스인데,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외곽에 전부 철창을 두른 것이다. 어느새 에워싼 경찰들에게 "아르헨티나 훈련장을 취재하러 왔다"고 하자 이름을 묻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들여보내줬다.

캠퍼스 안은 고요했다. 자동차 1000대 정도는 댈 수 있는 야외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학생, 교수, 교직원 등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1㎞ 정도 안으로 들어가자 만날 수 있었던 한 남성 흑인 교수는 "웬만하면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해서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이윽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묵는 남자 기숙사 근처에 도착했다. 그 건물 밖엔 철창이 또 쳐져 있었다. 기자를 발견한 경찰 2명이 걸어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왔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경계심이 다분했다. 300㎖짜리 생수병 하나를 주더니 얼씬거리지 말라며 쫓아냈다. 건물 외관이라도 보고 싶어 이번엔 뒤로 돌아갔는데, 또 다른 경찰을 만났다. 이름과 국적을 확인하고는 또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이 사람 정말 기자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는 '안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 '왜 왔느냐' 재차 확인하더니 몇 초 동안 노려보고는 돌려보냈다.

아르헨티나가 이곳에 숙소를 잡은 이유가 비단 '아사도'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주장 메시는 평소 차분한 성격이다. 여가 시간에 파티를 즐기기보다는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캠퍼스 안에서 마주친 숙소 청소부들도 "다른 선수들은 몇 번 봤는데, 메시는 못 봤다"고 했다. 메시는 본인에게 가장 최적의 환경인 고요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지내면서 선수 생활 마지막일지도 모를 월드컵을 묵묵히 준비하는 중이다.

◇축제 그 이상, 브라질 숙소

전부 아르헨티나처럼 철통 보안을 유지하나 싶어서 같은 날 밤 다른 숙소로 항했다. 아르헨티나와 우승을 다투는 또 다른 남미의 강호 브라질 선수들이 묵는 호텔이었다.

이곳은 보안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입구부터 브라질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건물 사방으로는 브라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모여 있었다. 호텔 내 식당을 예약한 사람은 누구나 내부로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호텔 1층 라운지바는 브라질을 상징하는 초록색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크게 틀어진 '삼바 음악'이 밖으로 흘러나와 흥을 더했다. 시간이 흐르자 브라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속속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거리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둥글게 돌면서 '이겨라, 브라질'을 연신 외쳐댔다.

브라질의 주장 네이마르(30)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다. 지난 6월 한국을 찾았을 때도 경기를 마친 당일 밤 서울의 한 라운지펍을 찾아 파티를 즐기고 500만원을 결제했다고 한다. 외향적인 네이마르에게는 음악과 열띤 응원이 넘쳐나는 이곳이 가장 알맞은 숙소인 셈이다. 한 호텔 직원은 "네이마르가 만날 때마다 웃으며 인사해준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같은 남미 출신인 데다, 같은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는 절친한 사이인데도, 부담감과 긴장을 떨쳐내는 방법이 이렇게나 달랐다. 기고자 : 도하=이영빈 기자
본문자수 : 193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