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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위인전을 좋아했다. 고작 15권짜리 전집이라 참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고, 특히 퀴리 부인과 파브르는 양장 커버가 떨어져 책 이음매가 드러날 때까지 보았다.

세월이 흐르며 위인전의 콘셉트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순신, 세종대왕, 나폴레옹처럼 몇 백 년 전 과거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일대기를 다루었다면, 요즘은 사후 위인들을 비롯해 특정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인물들까지 다룬다. 그러다 보니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같이 현재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는 음악가들을 포함하여 20세기 사랑받은 배우 찰리 채플린과 오드리 헵번, 은반의 여왕 김연아 등 위인의 범주가 더욱 다채로워졌다.

축구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박지성 선수는 '멘토와 멘티'라는 테마로 히딩크 감독과 함께 소개되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와락 안긴 박지성 선수의 모습을 그린 삽화는 지금 봐도 가슴이 벅차다. 아예 메시, 호날두, 네이마르처럼 위대한 축구선수들을 엮은 슈팅 시리즈도 있다. 그리고 이번 카타르 월드컵 한국의 희망 손흥민 선수의 위인전도 등장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해 H조 한국은 24일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운 위인전의 주인공이 될 혜성 같은 새로운 축구 영웅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손흥민 선수의 기존 위인전은 개정판 제작이 시급할 정도로 그의 '마스크 투혼'이 거룩한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다.

월드컵을 앞두고 6개월짜리 축구 적금에 가입했다. 16강 이상이면 3.2%, 4강 이상 진출하면 7% 우대금리를 주는 옵션 중 과감히 4강 이상을 골랐다. 슈팅의 별들이 써 내려갈 축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휘슬이 이제 막 울렸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6시간 늦은 카타르에 가 있다. 7% 이자 더 받으면 지인들에게 술 한잔 쏠 생각이다. 기고자 :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홍보책임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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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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