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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계 '꿈의 장비' 언론에 내부시설 공개

총 1조5183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과학 사업'으로 꼽히는 중(重)이온 가속기 내부가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수소보다 무거운 이온을 광속(초속 30만㎞)의 50% 수준으로 가속한 뒤 표적(우라늄 등)에 충돌시켜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시키고 그 특성을 연구하는 대형 연구 시설이다.

희귀동위원소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수명이 짧고 희귀한 입자로 물질과 우주 생성의 원리를 규명하거나,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자동차용 첨단 신소재 개발에 쓰인다. 인체 노화 분석과 암 치료에도 활용된다. 이를 만들어내는 중이온 가속기가 '꿈의 장비'로 불리는 이유다.

이번 공개에 앞서 중이온 가속기는 사업 착수 11년 만인 지난달 처음으로 시험 가동에 성공했고 앞으로 첫 희귀동위원소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현재 세계에서 중이온 가속기를 운영·구축 중인 나라는 8국뿐이다.

◇중이온 첫 가속 시험 성공

지난 15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기초과학원 산하 중이온 가속기 연구소로 들어서자 축구장 137개 면적에 이르는 95만2066㎡ 부지가 펼쳐졌다. 이곳 건물 11동(연면적 11만6298㎡) 가운데 일부가 중이온 가속기가 설치된 가속기동(棟)이다. 가속기동은 길이 550m에 연면적(7만7636㎡)은 축구장 11개와 맞먹는다. 건물 10m 아래 지하의 터널처럼 긴 공간에 길이 100여m 중이온 가속기가 들어서 있었다. 중이온 빔(beam)을 생성해 보내는 입사기, 영하 268도 이하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면서 중이온 빔을 가속시키는 초전도 선형가속기가 연결돼 늘어서 있었다.

라온(RAON)으로 명명된 중이온 가속기는 지난달 18.5MeV 이하 저에너지 구간에서 중이온을 광속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속하는 데 성공했다. 과기정통부는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라며 "자동차에 비유하면 1단 기어로 저속 주행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이온 가속기는 미세 입자 등 기초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의료용 동위원소 생성과 신소재 개발 같은 첨단 과학까지 광범위하게 쓰여, 과학기술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첫 시험 가동에 이어 중이온가속기로 한국 과학사 최초의 희귀동위원소 생성을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중이온 가속기를 운영 중인 나라는 미국·일본·프랑스 등 6국이고, 한국과 중국은 구축 단계에 있다. 한국은 내년 3월까지 시운전을 마치고 2024년 10월부터는 세계의 연구자들이 중이온 가속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과학계에서는 우리 중이온 가속기가 노벨상 산실이 되려면 200MeV에 이르는 고에너지 구간 가속 장치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기술적 한계로 고에너지 가속 장치 개발을 2025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권면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장은 "2025년까지 고에너지 가속 장치의 필수 기술을 개발, 검증하고 본제품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조5000억 투입, 11년만에 1단계 완공

중이온 가속기 구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돼 2011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당초 목표였던 2017년 완공이 2019년, 2021년으로 두 차례 미뤄졌다. 핵심 부품 개발 경험이 없어 기술적인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지(3571억원)·시설(6384억원)·장치(5228억원) 등 총 1조5183억원이 들어간 중이온 가속기 사업이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게 된 배경이다. 결국 지난해 정부는 기술이 확보된 저에너지 구간까지 1단계로 먼저 구축하고, 고에너지 구간은 2단계로 2025년 이후 구축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재흔 과기정통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추진단장은 "1939~200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109명 가운데 23명이 중이온 가속기 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며 "10여년 전 우리 정부가 중이온 가속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배경도 노벨상 산실로 역할을 하길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픽] 한국의 중이온 가속기 '라온(RAON)'은 / 중이온 가속기 기고자 : 대전=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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