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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변화협약 200국 대표들
'손실과 피해' 보상기금 극적 합의

기후변화가 가져온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개발도상국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20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전 세계 200여 국 대표들은 이 같은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COP27 의장인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당초 폐막일(18일)을 넘기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산업화 혜택을 누리며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선진국이 기후 재해로 고통을 겪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최근 몇 년 새 홍수와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등 극심한 기후변화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겨 수십조 원의 피해를 본 파키스탄,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의 피해 보상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 6월 기후 취약 55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까지 20년간 이 국가들의 기후 재난 피해액은 5250억달러(약 705조원)로 추산된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기후 위기 취약국의 요구에서 시작해 손실과 피해 기금을 형성하기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중국·인도·카타르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발도상국을 공여국에 포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선진국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데다 어떤 피해에 대해 보상할지, 누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기금 운용 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도 정해지지 않았다. 각국 대표들은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과도기 위원회'를 설립하고, 내년 3월 말 이전에 첫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올해 COP27 총회에서는 이 밖에도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는 파리 기후 협약의 목표와 온실가스 저감 장치가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한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석탄 발전뿐 아니라 석유나 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해 합의안에서는 제외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는 정의를 향해 내디딘 중요한 발걸음"이라면서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기후 위기로 인해 섬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지거나 아프리카 한 국가 전체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해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힘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온실가스 저감 조치 등이 없는 상태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에 자금을 대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