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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월드컵 4강 갔던 팀, 쫄지마라＂

"선수 본인을 버리고 팀만을 위해서 뛴다고 생각해야 해요."

지난 17일 카타르 도하의 국제축구연맹(FIFA) 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만난 박지성(41) 전 축구 대표팀 주장은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 역사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잉글랜드 최고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년을 뛰며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덕분에 은퇴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카타르에서 '셀럽'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다. FIFA가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연 박물관 특별전시회 개관식에 초청 받았고,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와 알리 알 합시(오만)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는 현대차의 '세기의 골' 캠페인 '팀 센츄리' 멤버로도 함께했다.

박지성의 위상은 대표팀에서 써내려간 신화 덕도 크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 이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주장으로 나서 첫 원정 16강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는 말에 거듭 "내가 할 말은 후회 없이 뛰고 오라는 것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팀에 헌신하는 게 가장 중요"

박지성은 한국 축구 첫 월드컵 원정 16강에 진출했던 2010 월드컵의 대표팀 주장이었다. 당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박지성의 '묵묵한 리더십'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모두가 팀에 헌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주전 선수가 11명이고, 그때 전체 선수는 23명이었으니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잖아요.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정말 한 치의 의심이나 의구심 없이 팀에 헌신하고 희생했어요. 그렇게 주는 에너지가 정말 힘이 많이 됐죠. 이번에도 그런 점이 분명 중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억나는 일화나 선수에 대해서는 "선수 한 명이나 특정 사건만으로 팀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딱히 꼽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팀으로서 얼마나 잘 뭉쳐 있느냐는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팀에 애정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선배들이 흔들리지 않아야"

박지성은 대표팀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은 '외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이유로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오는 24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가 중요하다는 점은 강조했다. "정말 강한 팀은 첫 경기를 져도 나머지를 이기면 되죠. 하지만 한국은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에요. 첫 경기를 지면 정신적으로 몰리게 돼서 더 어려워지겠죠. 반대로 첫 경기에서 이기면 훨씬 더 편안한 상태에서 본인이 갖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생기는 중압감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했다. "2002년 때는 경기나 훈련 중에도 여러 돌발 상황이 많았는데, 홍명보, 유상철 같은 선배들이 전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셨어요. 후배들은 그런 걸 보면서 '별것 아니구나'라고 할 수 있었죠. 나중에는 제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쉽지 않은 거였구나… 하고 생각했죠."

"객관적으로 보면 16강 확률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잖아요. 2002년에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를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제가 알기로는 없었습니다. 벤투 감독이 역대 최장 기간인 4년 동안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으니까 조직력은 탄탄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일단 저처럼 원정 16강에 오르길 누구보다 깊이 바라겠습니다." 기고자 : 도하=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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