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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發 에너지 위기 직시… 반도체 등 기술자립 나서야＂

산나 마린<사진> 핀란드 총리가 17일(현지 시각) 유럽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유럽에서 소비되는 정보기술(IT) 제품 대부분이 중국산이고, 이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했다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라는 역풍을 맞게 된 전철(前轍)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린 총리는 이날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박람회 슬러시(SLUSH)에 참석해 "현재 우리(유럽)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분야에서 지나치게 해외에 의존적"이라며 "솔직히 말해 이는 우리의 (안보)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는 중국 등 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른 논리를 지닌 여타 권위주의 국가들에 의존하지 않고 이런 기술을 (스스로) 구축하기 위한 역량과 지식을 가져야만 한다"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대만 간 분쟁이 발발하면 유럽의 기술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란 경고가 있었다"고 마린 총리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EU는 스마트폰과 통신 기기, 고성능 컴퓨터 등과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3분의 2 이상을 중국과 대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반도체 분야의 EU 제품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마린 총리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한 탓에 유럽 전역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마스크와 감염 테스트 키트 등) 의료 물품이 모자랐던 사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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