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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중단됐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길을 다시 열어 준 '흑해 곡물 수출 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이 17일(현지 시각) 가까스로 연장됐다. 지난 7월 4개월(120일) 기한으로 맺어진 이 협정은 지난달 말 러시아의 협정 이행 중단과 탈퇴 위협 속에 기한 만료를 불과 이틀 앞두고 있었다. 3주째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 곡물가는 협정 연장 소식이 나오자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협정의 이행 실무를 담당해 온 이스탄불 공동조정센터(JCC)는 이날 "협정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기존 협정을 원안 그대로 120일간 추가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식량, 비료 등이 다시 전 세계로 안전하게 수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환영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식량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수천만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콩, 해바라기유 등의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연간 6000만~8000만t에 달했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도 일제히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국제 곡물가가 40~70%가량 급등,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극심한 식량난이 초래되자 유엔과 튀르키예가 나서 '해상 안전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 재개 방안을 추진했다. 그 결과 7월 22일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맺어졌고, 이후 4개월간 총 1100만t의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450여 척의 선박에 실려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갔다.

로이터통신은 "유엔과 우크라이나는 당초 협정의 1년 연장을 원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4개월 연장에 그쳤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처음 이 협정을 맺으면서 우크라이나산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의 수출도 재개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겹겹이 짜인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 탓에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이 여전히 막히자 불만을 제기해왔고, 결국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흑해 함대 공격을 빌미로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했었다.

러시아는 여전히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이 재개 안 되면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최근 러시아를 달래기 위해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을 의도적으로 막지 않겠다"는 서면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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