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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요청 쇄도… ＂전국 기동대 1만2000명 눈코 뜰새 없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7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역, 홍대, 종로 익선동과 부산 광안리 등 전국 주요 번화가 70곳에는 형광색 옷을 입은 경찰 기동대 26개 부대 1500여 명과 일반 경찰 770여 명이 배치됐다. 거리마다 수십 명씩 주요 길목에 배치된 경찰들은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한꺼번에 몰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통행에 장애가 생기지는 않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최근 경찰에는 수능날처럼 "우리 행사에, 우리 동네에 기동대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전국 곳곳에서 쇄도하고 있다. 21일(한국 시각) 월드컵이 시작되는 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각지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나 축제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겪은 후라 지역마다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도 "행사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게 아니다"라며 인파 관리 안전 대책 마련을 주문한 상황이라, 지자체마다 작은 안전사고라도 발생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달리 경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연말까지 계획돼 있는 전국의 주요 축제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도 이미 기동대 1개 부대(60여 명)를 배치됐고, 18일부터 내년 1월까지 하는 부산 해운대빛축제에는 1개 제대(20여명), 오는 26일 열리는 파주 불꽃축제에도 1개 부대를 각각 배치하기로 확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가 총 1만2000여 명인데, 전국의 각종 집회는 물론, 행사까지 지키게 돼 내년 초까지 눈코 뜰 새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몇몇 지자체는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와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는 오는 20일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신천지 신자 10만명이 모인다는 소식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날 신천지 신자들은 전국에서 버스 2500여 대를 타고 신도 수료식에 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스타디움에 10만 인파가 모이는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행사에 신천지는 자체적으로 안전 요원만 약 1만5000명을 두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구시 등과 협의해 이와 별도로 기동대 3개 부대를 배치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기로 했다.

18일 대구시의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안전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대구시가 이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구시 관계자는 "적법한 대관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며 "공무원, 소방, 경찰 등 총 603명을 투입해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지난 17일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월드컵 거리 응원을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파로 거리 응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응원단이 이와 별도로 응원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용 허가가 나면 대표팀 첫 경기가 예정된 24일부터 1만명 규모로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자문단에서 안전관리 계획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각종 행사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곳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서초구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특정 지역에 1㎡당 4명이 넘게 사람이 몰리면, 경찰·소방·구청 관계자 등이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 안전 거리를 유지하게 안내하기로 했다. 1㎡당 6명 이상이 모이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112와 119에 통보하고 재난 문자를 발송한다는 내용이다. 곳곳의 방범 카메라(CCTV)와 서울시 혼잡도 공공 데이터 등을 활용해 사람들이 얼마나 몰리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도 한다. 마포구도 이태원에 버금가게 젊은 층이 몰리는 홍대 클럽 거리 인근의 경사로에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할 예정이다. 가파른 곳은 사람들이 미리 조심할 수 있게 바닥을 붉게 칠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앞으로 500명 이상 참석하는 행사는 행사 열흘 전 반드시 안전 관리 계획을 세워서 제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전까지는 1000명이 넘는 경우만 안전 계획을 세우게 했었다.

또 재난 문자도 적극 활용하는 지자체도 많다. 수능일인 지난 17일의 경우 충북 충주시, 경북 포항시, 충남 청양군 등은 '수능 종료 후 많은 인원이 모이면 위험할 수 있으니 인파 밀집 지역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안전 사고에 유의하기 바란다'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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