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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기업들의 주주 정보를 관리하는 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와 배당, 유상증자 등을 알리는 우편물 비용으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9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일 예탁결제원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2055만건의 우편물을 보내는 데 종이 값과 인쇄 비용, 우편 요금으로 약 91억원을 썼습니다. 주식투자자가 작년 말 기준으로 1300만명을 넘어설 만큼 계속 늘다 보니 우편물 비용도 2017년(25억원)의 3배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예전에는 주주총회나 배당 정보 등을 받으려면 우편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요즘은 증권사들이 이런 정보들을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주주들이 우편물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한복판에 진입했는데도 예탁결제원은 왜 여전히 우편물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예탁결제원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스마트폰 메신저나 문자메시지로 통보하려면 상법에 근거가 필요하다."

법을 충실히 따라서 '종이'가 낭비되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때 함께 날아오는 우편물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계약 관련 서류를 전자문서(이메일이나 앱으로 전달 가능한 문서)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드업에 관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약관과 연회비 등 주요 거래 조건에 대한 안내장을 원칙적으로 종이 문서로 보내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법끼리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드 업체들은 "이 때문에 연간 A4 용지 4억장 분량의 종이 인쇄물을 발송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드사 앱 등을 통해서 고객이 약관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법 때문에 종이 낭비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카드사 약관도 전자문서 형태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낸 김희곤 의원은 "서면 교부는 종이 인쇄물 발송 및 폐기, 용지 약품 처리 등으로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편리한 전자문서 사용을 못 하게 함으로써 금융 소비자를 불편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고자 : 홍준기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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