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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7개 증권사 간담회서 비판 목소리 쏟아져

"지금처럼 주식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전면 도입한다면 시장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A증권사 관계자)

"충분한 사전설명 등의 시간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이 우려됩니다."(B증권사 관계자)

17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금투세 도입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연 업권 간담회에선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올 들어 코스피가 20% 이상 폭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와중에 투자자들에게 세금까지 걷으면 증시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C 관계자는 "실제 과세 대상인지와 무관하게 과세 가능성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시장엔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 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2~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로, 지난 2020년 법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과세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자 지난 7월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2년 더 늦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과세 도입까지 한 달여 남은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유예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는 중이다.

◇시장 냉각 우려에 증권가 와글와글

이날 회의에 참석한 7개 증권사, 금융투자협회 세제 부문 관계자 등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D 관계자는 "금투세로 인해 세후 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우리 증시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일반화되어 있는 만큼 우리 증시가 해외투자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내년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 여부가 결정되는 건 납세자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현장에서의 세제 집행 관련 준비가 덜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투자자가 지정한 '기본 계좌' 외에 다른 계좌에서 발생한 소득의 경우, 일단 세금을 떼고 이듬해 5월 확정신고 후에 과다 납부액을 돌려주는 원천징수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E 관계자는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혜택을 더 주고, 세금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공제 기준이나 세율도 추가 조정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금투세 유예하면 개인투자자 세 부담 5000억원 감소

기획재정부도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금투세 도입으로 오히려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금투세 유예는 부자 감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2023~2024년 금투세 유예 기간에 개인투자자의 세 부담이 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되고, 증권거래세를 0.08%포인트 인하하는 기존안대로 갈 경우,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세 부담은 3000억원 는다.

금투세가 유예돼야 하는 다른 이유로 2020년 도입 당시는 경제 여건이 호황이었지만 현재는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도입 당시는 기준금리 인하기로 주가가 상승세였고, 성장률 전망치도 3% 후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 인상기로 주가는 하락세인 데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2%대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세 부담과 과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 해외주식으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과세 대상은 1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10배 늘고, 개인과 기관·외국인을 합친 세 부담은 1조5000억원 증가한다. 과거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려 과세 대상을 9만명으로 늘리려다 철회하기도 했다. 해외투자자가 늘면 달러 수요가 함께 증가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금투세 도입되면 사모펀드에 최고 49.5% 세금 폭탄

만약 현행법이 시행되면 사모펀드의 경우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사모펀드의 배당 성격인 분배금을 모두 배당 소득으로 간주하기로 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금액이 급증하게 된다. 사모펀드 가입자들은 대부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이고, 과표구간 8800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사모펀드 수익 중 최소 38.5%에서 최대 49.5%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모펀드 가입자의 입장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부분을 정비하기 위해서라도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 금융당국 간담회에서 주요 증권사 관계자들의 반응 기고자 : 홍준기 기자 김은정 기자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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