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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남의 생활용수 '젖줄' 녹색으로 변해 수질오염 논란

지난 10일 오전 10시 전북 임실군 운암면에 있는 운암대교에서 내려다본 옥정호는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하얀색 운암대교 주탑과 비교해보니 녹색 물빛은 더욱 선명했고, 가뭄으로 드러난 교각 하단부에도 녹색 찌꺼기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다리 밑으로 내려가 물을 떠 플라스틱 컵에 담았더니 녹색 알갱이가 둥둥 떠다녔다. 옥정호는 11월임에도 여름에 발생했던 녹조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홍인기 전북도 물통합관리과장은 "비가 많이 오면 옥정호 수면과 바닥에 있는 물이 섞이면서 녹조가 잘 발생하지 않는데, 올해 강수량이 부족해 녹조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1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전북 지역엔 비가 688.8㎜ 왔는데, 이는 지난 5년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의 71%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재 옥정호 저수율은 19%로 최근 5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북 임실군과 정읍시에 걸쳐 있는 옥정호는 유역 면적 763㎢로 총저수량은 4억3500만t이다. 전북·전남 등에 생활·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정읍 시민 10만여 명은 옥정호 물을 마신다. 전북도 관계자는 "8월부터 선박을 이용해 물을 섞어주고, 조류 차단막을 설치해 제거하고 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녹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읍 지역 시민 단체의 주장은 전북도의 설명과 달랐다.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한 정읍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 정웅용 위원장은 "강수량 부족으로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라면, 작년에 비가 많이 왔을 때도 녹조가 발생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옥정호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된 뒤로 주변에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생활 하수 등이 호수로 유입돼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물환경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옥정호에 녹조의 원인인 유해 남조류가 발생한 시기는 단 1주였다. 하지만 2020년엔 3주, 2021년엔 17주, 올해는 10월까지 18주 동안 관찰됐다. 정 위원장은 "강수량이 많았던 작년에도 유해 남조류가 많이 발생한 것을 보면, 녹조의 근본적 원인은 호수로 흘러 들어오는 오염물에 있다"고 말했다.

녹조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도 옥정호에서 검출됐다. 시민대책위가 지난달 초 옥정호 운암 취수구 지점에서 물을 떠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실에 수질 검사를 의뢰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레저 활동 금지 기준치의 135.3배가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대책위는 "녹조 발생 원인은 수변 난개발과 부실한 상수원 관리에 있다"며 상수원 안전 관리 대책 수립, 옥정호 개발 행위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북도는 시민 단체의 수질 검사 방법을 문제 삼으며 신뢰할 수 없는 수치라고 반박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호수의 표층·중층·하층에 있는 물을 채수해 수질을 측정해야 한다"며 "시민대책위는 표층에서만 채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기준을 적용해 검사한 결과,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반면 시민대책위는 "녹조는 표층에 있기 때문에 표층 채수를 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맞섰다.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옥정호 수질 관리를 둘러싸고 시민 단체가 김관영 전북지사를 경찰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민대책위는 "올해 봄부터 옥정호에서 녹조가 발생했고 최근 강한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까지 검출됐다"며 "주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상수원 관리에 노력해야 할 의무를 김관영 지사가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발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옥정호 위치도 기고자 :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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