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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축은 무엇일까. '2023 조선일보 미래건축문화대상'을 심사하면서 이 시대의 좋은 건축이 무엇일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고대 로마의 건축이론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그의 유명한 저서 '건축에 대하여(De Architectura)'에서 건축의 3대 요소를 venustas(아름다움, 기쁨, 美), utilitas(유용함, 기능, 用), firmitas(견고함, 구조, 强)로 정의했다.

이후 건축의 본질에 대한 그의 사유(思惟)는 역사를 관통하며 후대 건축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각 시대의 건축가들에 의해서 건축에 대한 나름의 새로운 정의나 명제로 변주됐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아름다움이란 뛰어난 조화의 산물이다(알베르티)', '아름다움은 형태로부터 기인한다(팔라디오)'라는 명언이 등장했다. 근ㆍ현대에 이르러서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루이스 설리번)', '장식은 죄악이다(아돌프 로스)',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르 꼬르뷔지에)', 'Less is More(미스 반 데 로에)', 'Less is Bore(로버트 벤츄리)' 등 수많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건축적 신념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모해 온 건축 철학은 현대에 이르러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과 정보의 홍수,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사회적 담론, 기술적 진보 등의 영향이다. 오늘날의 건축은 사람들의 기본 생활과 욕구 충족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거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구축하는 것을 뛰어넘는다. 인간의 일상적 행위를 담는 '사회적 공간' 또는 거대한 '교류의 장'으로 변모했고 심지어 가상공간의 세계로까지 개념을 확장하기도 한다.

과거의 건축이 인간의 원초적 목적을 위한 물리적 영역 구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현대의 건축은 사람과 환경을 매개하고 공동체의 활발한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는 융ㆍ복합적 형식의 공간으로서 중요성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은 사회적 관습이나 개별적 선호를 뛰어넘어 다양한 종류의 건축을 이야기한다. 또한, 수많은 건축에 대하여 평가하며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은 어떻게 구분되어질 수 있을까. 우선, 좋은 건축은 안전하고 편리하다. 좋은 건축은 자연과 사람을 닮았다. 좋은 건축은 시대를 계승하고 문화를 담는다. 좋은 건축은 외관의 아름다움보다는 내재적 가치를 추구한다. 좋은 건축은 단순히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미래의 혁신을 공간화 한다. 좋은 건축은 지속적으로 문화를 생산한다.

그리하여 좋은 건축이 남는 게 아니라 남은 건축이 좋은 건축이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기고자 : 윤희진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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