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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여만에 최고 금리, 중기 사장님들 아우성

인천의 한 주물 업체 최모 대표는 올해 들어 급격히 치솟은 금리에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출받은 금액이 70억원 넘는데, 올 초만 해도 3.5% 정도였던 금리가 지금은 6%대로 높아졌다. 최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엔 어떤 식으로든 현금을 확보해야 안심이 되는데, 자금 조달도 어렵고 이자 부담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며 "어떻게든 공장을 돌리고 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상황이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용접 회사 대표 은모씨는 기업은행에서 운영 자금과 공장 건물 매입을 위해 30억원 정도 대출받았다. 작년 이맘때 2%대 금리가 지금은 4.5%까지 올라 한 달에 1200만원 정도를 이자로 내고 있다. 이자 부담이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은씨는 "공장을 팔고 싶어도 안 팔리는 상황"이라며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대구 지역 섬유 업체 대표 한모씨는 "작년 이맘때는 월 2200만원이었던 이자가 지금은 3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원료·연료·인건비 다 올랐는데 금리까지 오르니 신규 투자는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 8년 8개월 만에 역대 최고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2014년 초 이후 역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예금 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지난해 9월 3.05%에서 올해 9월 4.87%까지 치솟았다. 2014년 1월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달 말에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3%인 기준금리를 다시 0.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조만간 5%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과 이자 부담도 매달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52조6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20년 1월 722조1000억원에 비해 231조5000억원 이상 늘었다. 또 올해 9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율이 전체의 40.6%에 달했다. 1년 전에는 3.1%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500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 애로 사항 실태 조사에서도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외부 자금 조달에서 겪는 애로 사항에 대해 '높은 대출 금리'를 꼽은 중소기업이 전체의 3분의 2였다. 중소기업들은 자금 조달 금리가 연초 2.9%에서 현재 5.1%로 2.2% 포인트 올랐다고 응답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 상승 폭(1.75% 포인트)보다 더 높다.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 80%가 현재 가장 필요한 금융 정책으로 '금리 부담 완화 정책'(46.4%)과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33.6%)를 꼽았다.

◇올해 파산한 기업, 작년보다 60곳 늘어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한계 기업뿐만 아니라 흑자 기업도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9월까지 법인 파산 건수는 73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674건보다 64건 늘어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준금리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대출 금리로 인해 고금리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이차 보전,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금융권의 과도한 대출 금리 인상 자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고금리 애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6일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애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과 고환율·고물가 등으로 복합적인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정책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금융 애로 사례와 건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고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자 부담 커진 중소기업 기고자 : 이기우 기자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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