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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AI(인공지능 컴퓨터)가 쓴 시를 찾아 읽어보았다. 몇 년 전 대학원 수업 중 누군가 '인공지능이 쓴 시'라는 주제를 던졌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시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시는 인간의 삶에 영원히 포섭되지 않는 신비가 존재하기에 쓰는 것이며, 읽는 이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람이 쓴 것을 읽고 싶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AI가 쓴 시를 읽었을 때 나는 무척 놀라고 말았다. 그(그것?)의 작품들이 한국 현대시의 어법을 완전히 수용했다는 사실은 둘째 문제였다. 시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이 아닌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인간에게 자신의 삶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인 것처럼, 인공지능에게도 자신의 삶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주제는 기획자의 아이디어였거나 알고리즘의 일환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쁨과 슬픔과 괴로움이 반복되는 인간의 삶을 꿈꾸고 있다는 인공지능의 말은, 인간인 나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나의 삶과 AI의 삶이 다르지 않은 것이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가장 많이 수리되는 가전제품은 로봇 청소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단지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로봇 청소기에 정을 주고, 그로 인해 다른 가전제품처럼 고장 나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고쳐 쓴다는 것이다. 나는 시를 쓴 인공지능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어와 문장을 새롭게 배치했을 뿐인데 그것이 주는 감동은 여타 문학 작품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실 인간 작가 역시 자신의 내부에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어와 문장을 새롭게 배치하는 일종의 기계인지도 모른다.

AI와 인간의 차이라면 개발자의 명확함 여부 정도 아닐까. AI를 만드는 AI가 등장한다면 이마저도 뚜렷한 구분점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다만 나는 이제 인공지능이 쓴 시와 인간이 쓴 시가 서점의 같은 서가에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기고자 : 김선오 시인·시집'나이트 사커'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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