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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역
한국외대 김희영 명예교수
＂프랑스의 정신 저장된 작품＂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민음사·작은 사진)가 13권으로 완역 출간됐다. 전체 5700여 쪽 분량. 주인공이 마들렌을 홍차에 녹여 먹다가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는 '프루스트 효과'라는 표현으로 친숙한 작품이다. 소설은 화자가 사랑, 예술, 문학 등 자신의 일상적 기억을 끊임없이 되짚으며 전개된다. 회상이 계속되며 늘어나는 시간의 흐름과 긴 문장 속에서 독자들이 갈 곳을 잃게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책을 번역한 김희영(73)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번역하는 사람이라고 재미있을 리가 있나. 시적 표현이 많은 초반부는 괜찮은데, 풍성한 묘사가 시작되는 부분부터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 프루스트는 '평생 동반자'다. 대학교 4학년 때 '잃어버린…'을 처음 접하고 매료됐다. 이후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모두 프루스트 연구로 받았고, 국내 대학에서 강의했다. 그럼에도 평생의 숙제였던 '잃어버린…'을 번역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5년 출판사에서 번역 제의가 왔지만, 그로부터 7년 뒤에야 1권을 번역해 출간했다.

김 교수에게 지난 10년은 프루스트의 작업 과정과도 유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천식 등 병마에 시달린 프루스트는 1905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낮에는 자고 밤에는 글을 쓰는 긴 칩거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을 완성했다. 김 교수는 "조금만 시끄러워도 집중이 안 돼서 밤 12시에 일어나 매일 6~8시간씩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책을 번역하며 프루스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 지난 10년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간의 번역본들과 비교해 프루스트를 있는 그대로, 깊게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1987년에 제작된 최신 판본을 원본으로 삼았고, '직역 위주, 원문 형식과 순서 존중, 주석 확대'를 원칙으로 삼아 번역했다. 그는 "문체는 세계관의 반영이다. 직역 위주 번역이어서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원문을 최대한 존중했다"며 "외국 문학을 읽는 것은 낯선 것을 경험하고 획일적 세계관을 바꿀 기회"라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프루스트는 난해하고 어려운 작가로 각인됐지만, 그의 작품에는 프랑스인의 수많은 정신이 저장돼 있다"며 "프루스트는 당대 사회를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드레퓌스 사건, 당대 유대인에 대한 인식 등이 작품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프루스트 사후 100년, 그의 작품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김 교수는 "프루스트는 일상적 감동의 중요성을 인식한 작가다. 또, 타자와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 타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했다"며 "프루스트를 좋아하는 독자가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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