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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제청후 국회 본회의도 못가
배당받을 재판 매일 10건씩 쌓여
법조계 ＂결국 피해보는 건 국민＂

오석준<사진> 대법관 후보자가 임명 제청된 이후 16일까지 112일째가 됐다. 대법관은 국회의 인준 표결이 필요한데 야당이 응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과거에도 대법관 임명 제청 후 인준 표결과 취임이 한동안 지연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오 후보자는 이미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것은 지난 7월 28일이다. 국회가 지난 8월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여야(與野) 간 이견으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이후 지금까지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를 받으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그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법조인들은 "민주당 일부 의원이 오 후보자의 과거 판결을 문제 삼았지만 진짜 이유는 오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친분일 것"이라고 했다. "임명 동의안이 상정되더라도 민주당 분위기를 볼 때 가결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오 후보자 이전에 임명 제청에서 임기 시작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대법관은 박상옥 전 대법관이었다. 2015년 1월 임명 제청된 박 전 대법관은 108일 만에 임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등이 박 전 대법관이 검사 시절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은폐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절차가 지연된 것이다.

오 후보자는 최근 지인에게 "새 명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매일 대법원 청사 14층에 있는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전임인 김재형 전 대법관이 지난 9월 5일 퇴임한 이후 오 후보자가 배당받을 재판이 매일 10여 건씩 쌓이고 있는데, 아직 정식 대법관 신분이 아니라 재판 관련 자료도 검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한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전원(13명)이 참여해야 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역시 두 달 넘게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대법관 임명이 지연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재판을 받아야 하는 국민"이라고 했다. 기고자 :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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