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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경 마을에서 미사일 폭발, 2명 사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동부의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마을에 15일 저녁(현지 시각)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폴란드인 2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피해국 폴란드가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주변국과 나토 회원국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세계 증시가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10시간 만에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요격 미사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예정됐던 영·중 정상회담이 막판 취소되는 등 유럽 국가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 국영 TVP방송과 ZET라디오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5㎞ 떨어진 동부 국경 마을 프셰보두프에 미사일 2발이 낙하해 마을 주민 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2발 모두 러시아제로 확인됐다"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던 미사일이 경로를 벗어났거나, (우크라이나에 의해) 요격된 미사일의 잔해가 폴란드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곧이어 미군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제 미사일이 폴란드 국경 마을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폴란드는 즉각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대응에 나섰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긴급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군의 경계 태세를 격상했으며, 나토 조약 4조(상호 협의)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규정은 나토 회원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회원국 간에 공동 대응을 위한 상호 협의를 하도록 한 것이다. 폴란드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고가 러시아의 공격일 가능성에 대비해 나토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폴란드 정부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 책임 추궁에도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 영토를 타격해 사상자가 나왔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나토와 동맹국들도 긴급하게 움직였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공격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특정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 조약 5조에 따라 나토 차원의 군사적 대응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러시아와 나토 간의 직접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주요 20국(G20) 정상회담 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모인 서방 주요 7국(G7) 및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16일 오전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회의를 열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이 회의에 참석하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전격 취소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G20을 계기로 각국 정상을 만나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던 시 주석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나토와 G7은 회의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미사일 폭발에 대한 폴란드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다음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긴박했던 상황은 16일 오전 미국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쏜 방공 미사일 같다"고 밝히며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 정상들에게 "미사일의 궤적을 보면 러시아에서 발사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AP통신도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러시아제 S-300 방공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나,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에 의한 사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러시아의 순항 미사일을 요격하던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 빗나가 폴란드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고의 궁극적 책임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공습한)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우리 소행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인접한 목표를 향해 공격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의한 사고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가 오르반 빅토르 총리 주재로 국방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이 안보 회의를 소집했다.

[그래픽] 폴란드 동부 국경 마을 프셰보두프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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