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청약 당첨자·영끌족 등 패닉… 아파트 중도금 최근 미납 늘어

"중도금 대출 금리보다 연체 이자가 싸네요."

작년 6월 분양해 오는 23일까지 건설사에 2차 중도금을 내야 하는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 LH 공공 분양 아파트(A-54블록)는 집단 대출을 해주기로 한 신한·우리은행의 중도금 대출 금리(연 6.63%)보다 중도금 연체 이율(연 6.5%)이 더 낮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고양 덕은지구의 DMC리버포레자이 아파트도 연체 이율(연 5.8%)이 시중은행 주택 담보대출 금리보다 낮다. 16일 GS건설 관계자는 "최근 잔금 미납 비율이 높아져 원인을 살펴보니 입주자 공고 당시 정해 놓은 연체 이율이 요즘 대출 금리보다 낮더라"고 했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중도금을 치르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연체 이자를 무는 것이 더 유리해진 기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0~2021년 저금리 시기에 분양된 아파트들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시 정한 중도금 연체 이율은 대부분 연 5~6%대인데, 은행에서 받는 중도금 대출 금리가 6% 중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주택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에 가산 금리를 더해 금리를 정하는데, 지난 15일 공시된 10월 신규 코픽스가 역대 최고인 3.98%를 기록하면서 연체 금리를 앞지르게 된 것이다. 일부 입주 예정자 사이에서 "은행 대출 계약을 취소하고 그냥 연체하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도금 납부는 연체해도 신용 점수가 낮아지지 않는 데다, 3회 차 이상 연체하면 건설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분양 후 중도금, 잔금을 치러야 하는 고통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 은행의 집단 대출 평균 금리는 연 4.92%로 2년 전인 2020년 9월(2.41%)의 2배 이상이다. 집단 대출 금리는 2012년 7월(4.95%) 이후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저금리 시기, 월 상환액을 기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대출 금액을 역산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았던 20~30대는 고금리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주택 담보대출 3억원에 신용대출 8000만원으로 무리해 집을 산 이모(32)씨는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힘겹다. 매달 은행에 갚는 돈이 148만원에서 206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5.26~7.77%에 달한다. 연내 9%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래픽] 10년간 신규 코픽스 추이 기고자 : 김은정 기자
본문자수 : 129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