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철강·화학·섬유 등 경제 버팀목 '흔들'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보다 70% 급감한 9195억원에 그쳤다. 작년엔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이 내놓은 경기 부양책으로 철강 수요가 폭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철강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제철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4.9% 감소한 3730억원에 불과했다.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주요 화학 업체들도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영업손실 423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섬유 업체인 효성티앤씨도 110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에 빠졌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 601곳의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건설 기계 섬유 서비스 등 17개 업종 중 운수와 의료 업종 등 일부를 빼면 대부분이 작년보다 큰 폭의 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26%에 달했고, 각종 비용을 제한 순이익 감소 폭은 35.7%로 더 컸다. 적자 전환한 기업도 전체의 11.3%에 달했다.

◇급등한 환율·이자 부담에 남는 게 없다

3분기에만 7조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낸 한국전력과 작년 3분기 대비 이익이 30% 줄어든 삼성전자 효과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전과 삼전 두 기업을 뺀 나머지 상장사들의 3분기 순이익 감소 폭은 26.5%에 달한다. 영업이익이 6% 줄어든 데 비해 순이익 감소 폭이 훨씬 큰 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손실이나 이자 비용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만 해도 상장사들의 이익은 작년보다 19% 늘었다. 이익 감소가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3분기부터다. 적자 전환한 기업을 포함해 적자 기업이 전체의 25.5%였다. 규모가 큰 수출 대기업 등이 다수 포함된 코스피 상장사들이 이 정도 타격받았다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닥 상장사 중엔 적자 기업이 31.4%로 더 많았다. 비상장 중소기업 등의 시름은 더 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 팀장은 "LG디스플레이와 포스코, 하이닉스 같은 수출 기업들뿐만 아니라 롯데하이마트, 카카오 등 내수 기업들도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기업들의 이익 감소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감소하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내수까지 위축된 상황이라 기업들은 내년까지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 시작, 내년이 더 걱정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에 못 미치는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0%대 성장률을 예고한 곳도 나왔다.

최근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금융연구원이 1.7%, 한국경제연구원도 1.9%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아시아개발은행(ADB·2.3%) 등 국제기구는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제시하고 있지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네덜란드계 금융사인 ING은행은 내년 한국 성장률을 0.6%에 그칠 것으로 봤다. 미국과 유럽 성장률이 내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출 한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침체, 미국-중국 갈등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변수가 산재한 만큼 기업들은 앞으로 더한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값 상승, 환율 상승, 임금 상승 등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아직까지 수요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다 해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저속 성장이 유력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수요가 줄어 본격적인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3분기 순이익 하위7사 / 3분기에 악화된 상장사 실적 기고자 : 김은정 기자 김강한 기자
본문자수 : 222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