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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입시 철이 다가왔다.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예민하고 몸가짐을 조심하는 시기다. 시험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봐 조심하는 징크스도 있다. 나의 경우 시험을 앞두고선 미역국을 입에 대지 않았고, 손톱도 깎지 않았다. 조선 시대 과거 시험을 앞둔 선비들도 그랬다. 낙방이 연상되는 '떨어질 락(落)'은 입에도 안 올렸다.

낙방할까 두려워 피한 길도 있었다.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가는 고갯길 중 추풍령과 죽령은 과객이 꺼리는 길이었다. 죽령은 '죽죽 미끄러진다' 하고 추풍령은 '가을바람에 지는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하여 피했다. 대신, 과거에 합격한 명단을 써 붙이는 괘방(掛榜)의 이름을 딴 '괘방령'으로 길을 잡고, '새들도 쉬어 넘는 고개'라 알려진 지금의 문경새재인 '조령(鳥嶺)'을 넘었다.

문경새재를 과객이 선호한 데에는, 한양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문경(聞慶)이란 지명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 곳'이고, 고려 시대엔 '기쁜 소식을 듣는 문희(聞喜)'라 불렸기 때문이다. 그 기운을 받으러 호남의 과객 중에도 문경을 찾는 이가 있었다 하니, 그야말로 '조선의 합격길'인 셈이었다.

실제 옛길을 걸어 보면 만만치 않다. 조선 시대 가장 험준하기로 유명했던 낭떠러지 길도 있다. '토끼비리'라 불렸던 벼랑길은, 짚신을 신고 다녔을 길임에도 대리석처럼 반들반들하다. 청운의 꿈을 품고 위태로운 길에 발걸음을 옮겼던 이들의 오랜 바람이 새겨져 닳은 것이다.

누군가는 꿈을 이뤄 어사화 꽂고 금의환향을 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낙방에 실망하며 쓰린 마음으로 걸었을 길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 않나. 그 길을 거쳐 간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당장의 실패가 남은 생 전체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길도 마찬가지다. 과객들이 꺼렸던 추풍령에는 지금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가 생겨 길손들의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문경새재와 토끼비리는 국가가 지정한 '자연유산, 명승 옛길'이 되었다. 겨울 문턱에 기쁜 소식을 바라는 마음이 깃든 옛길에 발자국을 얹으며 힘을 얻어야겠다. 기고자 :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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