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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조명 절반 끄고… 과기부는 전기차로 교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본사인 경기 수원을 비롯해 광주·구미, 서울 우면동 캠퍼스에서 업무에 필수적이지 않은 실내·외 공간의 조명을 절반으로 줄였다. 야외 공원을 비롯한 조경용, 건물 옥상과 복도, 계단, 주차장 등 비(非)업무 공간 조명 50%를 끈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휴일에도 주차장 전(全) 층을 썼지만, 이젠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한 층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 캠페인에 돌입했다. 1992년 삼성환경선언을 발표한 지 30년 만에 신환경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사업장 현장에서 낭비되는 에너지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5일 "친환경 경영과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는 24℃로 유지해왔던 겨울철 실내 온도를 19~22℃로, 최대 5℃ 낮추기로 했다. 자리를 비우거나 퇴근할 때 PC·모니터를 일괄적으로 끄고, 실험 장비의 대기 전력도 차단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LG 등 주요 그룹은 기존 생산 시설의 스마트 공장 전환을 가속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주(主) 에너지원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 국내 1위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사옥 소등을 강화하고, 주말 엘리베이터 운영을 제한하는 등 추가적인 에너지 절감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점심시간 청사 완전 소등, 모든 관용차 전기차 교체 등 에너지 절감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과 효율 높이기 캠페인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현재 한국은 냉혹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무방비로 던져진 상황"이라며 "에너지 절약 운동을 금 모으기, 새마을 운동보다 지속적이고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에 나선 것은 세계 ICT (정보 통신 기술) 제조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25.8TWh·작년 기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최근 글로벌 친환경 흐름 속에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이행하려면 최소 조(兆) 단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 요금 덕분에 에너지를 풍부하게 쓰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젠 에너지 안보 위기가 고착화된 가운데, 기업의 에너지 소비 등 친환경 지표를 보고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글로벌 큰손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들이 기존의 '에너지 씀씀이'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에너지 허리띠 졸라매기' 나선 기업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임직원·고객의 불편함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당장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차량 생산 기지의 주(主) 에너지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또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이지만 고위 임원인 전무조차 매일 차를 회사에 가져오지 못한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상 상시 차량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사장급 이상을 제외한 전 임직원이 차량 5부제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기아도 지난해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주차증을 30% 감축하고, 대신 통근버스를 총 345개 노선으로 늘렸다.

현재 LG전자는 경남 창원의 핵심 가전 생산 기지 'LG스마트파크'에 태양광 발전 설비 공사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완공되면 전체 사용 전력의 5%를 대체한다. 회사 관계자는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태양광 시설을 늘려 전체 전력 소비의 10%를 대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은 자동으로 사람 수를 세는 '카운터 센서'로 특정 공간의 인력이 모두 퇴실하면 자동 소등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사업장 내 가로등도 일출·일몰 시각에 맞춰 자동으로 켜지고 꺼진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경기도 판교 R&D센터 지하 주차장에 총 4700만원을 들여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설치했다.

롯데수퍼는 최근 전국 수퍼 166곳의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설치했다. 소비자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회사 측은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면 기존 전력 사용량의 약 4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1년 대정전 위기 때보다 심각"

전문가들은 전 국민 차원의 위기의식 제고와 함께 차를 작은 것으로 바꾸고,영업이 끝난 가게의 간판 조명을 끄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하는 등 대대적인 실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모든 사회가 근검절약을 습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에너지 절약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으로 외면하다 보면 결국 더 높은 에너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공공 기관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하지만 국민에게 왜 아껴야 하는지, 현재 우리나라가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며 "'아껴 쓰라'고 말하기 전에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와 같은 문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이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낭비가 계속될 경우 지난 2011년 9월 때늦은 무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자, 전국이 '블랙아웃(대정전) 위기'에 처했던 것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흥청망청 에너지를 쓰다가 2011년 대정전 위기 사태가 난 것인데, 우리는 배운 것이 없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사 A4·5면 기고자 : 박순찬 기자 강다은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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