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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국민·농협 잇따라 출시

주요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겼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5.1%, KB국민은행의 'KB스타정기예금'이 5.01%로 금리를 올렸다. 매일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되는 우리은행의 '우리WON플러스예금'은 전날 연 5.18%를 찍고 이날은 4.98%로 살짝 내려왔다. 2008년 8월 이후 14년 만에 연 5% 정기예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4.85%로 5% 돌파가 코앞이다. 1억원을 예치해두면 1년에 세전으로 500만원 상당의 이자가 붙는 셈이다.

안전성이 강점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금리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한 달간 5대 은행에서만 정기예금이 47조원 넘게 불었다.

◇예금 전성시대… 들썩이는 소비자들

1금융권 예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예·적금족들은 환호하고 있다. 한 30대 주부는 지난 13일 우리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업계 최고인 연 5.18%로 오르자 한 달 전 가입한 4.65% 예금을 깨고 갈아탔다. 그는 "저축은행에 6% 넘는 예금도 많지만, 써본 적이 없어 낯설기도 하고 망하면 어떡하나 노파심도 들더라"며 "목돈이다 보니 이율이 약간 낮더라도 안심되는 은행을 찾게 된다"고 했다.

5대 은행은 저축은행들처럼 복잡한 우대금리 요건을 달지 않고, 모든 가입자에게 최고 금리를 주는 구조여서 더 인기다. 오는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은행 금리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소비자들은 "월말이면 5% 중반대 1금융권 예금도 등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비상 걸린 저축은행, 지방은행

5대 은행이 예금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저축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느라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 평균 금리(연 5.49%)와 시중은행의 격차는 1%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졌다.

일부 저축은행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달 말, 연 6.5% 특판 정기예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무한정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사정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얼마 전 금융 당국에서 지나친 고금리 특판 경쟁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탓에 이전처럼 떠들썩하게 금리 인상 마케팅을 벌이기 애매한 상황"이라며 "대응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지방은행도 5대 은행으로 뭉칫돈이 몰리면서 수신고를 지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1금융권 최고 금리 마케팅으로 고객 이목을 끌고 있다. 부산은행의 '더 특판 정기예금'이 연 5.4%,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이 연 5.3%, 제주은행 'J정기예금'이 연 5.1% 금리로 5대 은행보다 약간 더 높다. 하지만 첫 계좌 개설이거나 매월 앱 로그인 횟수를 채워야 하는 등의 우대금리 요건이 까다로워 '미끼 상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인지도가 낮다 보니 최고 금리 타이틀로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가입 시 상세한 금리 요건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조용한 인터넷은행

정기예금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1년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카카오뱅크 연 4.5%, 케이뱅크 4.6%로 5대 은행에 못 미친다. 토스뱅크는 연 2.3% 수시입출식 통장(파킹통장)이 유일하다. 우대조건이 붙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5대 은행 금리에도 추월당하면서 고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예전엔 인터넷은행 앱이 편리해서 자주 썼는데, 이제는 시중은행 앱도 많이 간편해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고객이 고민할 필요 없게 하나의 상품으로 최선의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인터넷은행의 전략이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개인과 사업자 등 10여 개 예금 상품 중 한두 개 금리만 올려도 되지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예금상품이 한 개씩밖에 없어 금리를 시중은행 이상으로 올리면 조달 비용이 급증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 보니 시중은행의 최고 금리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그래픽]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그래픽] 시중은행보다 높은 지방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기고자 : 김은정 기자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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