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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꽃, 甁花' 펴낸 무형문화재 궁중채화장 황수로

"계절에 맞추어 피워낸 어떤 꽃도, 어떤 덩굴도 아름답지 않음이 없다. 그것이 흰 조선 그릇이 가르치는 무심(無心)이리라."

10년 동안 공을 들여서 책 한 권을 작품처럼 냈다. 한 해 중에서도 단 며칠, 꽃이 활짝 필 때 공간을 연출하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사진가를 맞았다. 한번 촬영 시기를 놓치면 그다음 해 다시 작업했다. '살아 있는 꽃 한 송이 한 송이 각도를 맞추느라 연구원들과 함께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장(宮中綵花匠)인 황수로(86·작은 사진) 경남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초대 관장이 최근 낸 '한국의 아름다운 꽃, 병화(甁花)'(수류산방 刊)다. '병화'란 병이나 그릇에 꽂은 꽃이다. 한국의 전통 꽃꽂이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황 관장의 작품을 사진가 이종근이 촬영, 계절의 흐름에 따라 유려하게 실었다.

청아한 연꽃, 기(氣)가 퍼지는 듯한 산수유에서 화사한 목련, 단아한 국화까지, 황 관장의 병화 작품들은 예술성과 생명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옛 선비의 그림처럼 조촐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이다가도 때론 눈이 번쩍 뜨이게 화사하다"며 "우리 산천의 사계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상까지 그려내는 듯하다"고 평했다. 신라 토기와 조선 달항아리, 아프리카 토기까지 꽃을 품은 그릇들도 다채롭게 어우러졌다.

황 관장은 "인공의 기교를 초월한 '자연에 대한 순응'이야말로 훌륭한 화장(花匠)이 갖춰야 할 장인 정신"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광기 어린 설치미술가'로 활동하던 황 관장은, 어느 날 나뭇가지를 꺾다 피 같은 수액이 줄줄 흐르는 모습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더 이상 살아 있는 꽃과 수목을 해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죠." 이후 연구를 거듭해 200년가량 명맥이 끊겼던 궁중채화를 복원했다. 채화란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 비단이나 모시 등으로 만든 꽃이다. 2019년엔 한국궁중꽃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황 관장은 "차(茶)와 꽃은 과거 선비들의 아취(雅趣·고아한 정취)였고 인격 수양을 위한 도구기도 했다"며 "내년 봄에는 박물관에서 동서양 차 문화와 다화(茶花) 관련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한옥으로 지은 박물관 옆에, 포르투갈의 세계적 건축가 알바루 시자에게 설계를 의뢰한 수로아트센터를 지을 계획도 밝혔다. 기고자 :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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