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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초간 악수했지만 회담 내내 신경전

14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 물리나 호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양국 국기가 놓인 회의장에 들어서 9초간 악수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손을 잡았고, 시 주석은 왼손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오른팔을 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고, 시 주석은 미소를 띠며 중국어로 "만나서 반갑다"고 했다. 두 정상이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것은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22개월 만이다.

두 정상은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 발언에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늘 그래왔듯, 솔직한 대화를 기다려왔다.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대면 소통을 대체할 수단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시 주석도 "중·미 두 대국의 지도자로서 양국 관계가 올바른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먼저 앉으라는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으며, 배석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가운데 두 정상은 마스크를 벗고 환담을 나눴다.

백악관은 회담 이후 보도 자료에서 "두 정상은 주요 고위 관리들이 소통을 유지하고 (기후변화, 글로벌 거시 경제 안정성, 식량 안보 등) 문제들에 대한 건설적 노력을 심화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두 정상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후속 논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신냉전은 불필요하다"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는 없다"며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 그러한 시도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시 주석에게 (중국은) 북한에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며 "(다만) 중국은 북한이 추가적인 위협 고조 행위에 관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날 회담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은 대만, 인권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불변이라면서도 중국이 일방적으로 대만 관련 정세를 바꾸려 할 경우, 이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이 당 서기직 3연임 시작을 계기로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통일시키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이 중국에 속해 있으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이자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 라인"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그는 대만 독립을 절대 불허한다며 "통일을 실현하고 영토를 보전하는 것이 중국 국민과 국가의 공통된 염원이다. 양안 평화와 안정과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화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중 신장, 티베트, 홍콩과 폭넓은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을 지적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민민주주의는 그 나라의 현실과 역사,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고 인민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떤 나라도 완벽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한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첫 대면 회담이다. 기고자 :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본문자수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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