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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향수 보다 니치향수 불티

#1. "50mL에 100만원짜리 향수가 이건가요?"

10일 서울 한남동 한 행사장. 백화점·면세점 바이어 수십 명이 모여 수백 개의 향수병을 둘러보는 자리였다. 금색 뚜껑이 달린 향수를 가리키며 한 백화점 바이어가 이렇게 물었다. 다른 바이어들도 모여들어 시향을 시작했다. 한 면세점 바이어는 "요즘 향수가 비쌀수록 잘 팔리는 시대이다 보니 가격이 이렇게 비싼 상품도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1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나가던 고객들이 '논픽션' 매장 앞에서 멈추고 시향지에 향수를 맡았다. 국내 디자이너 향수 브랜드 '논픽션'이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니치 향수 수요가 커져 지난달엔 20~30대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탬버린즈'의 단독 매장을 입점시켰고 이달엔 '논픽션' 매장도 백화점에 새로 열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니치(틈새) 향수 시장이 갈수록 치열한 격전지가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향수 시장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035억원에서 올해 7930억원가량으로 3년만에 31.4%나 확대됐다. 2025년엔 1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마스크로도 느껴지는 냄새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수십만원짜리 고가 향수를 사기 시작하면서 프리미엄·니치 향수 시장이 폭발했고, 최근엔 100만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향수 시장도 격돌하는 추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LG패션·한섬 같은 대기업이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낯선 향기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한 병에 100만원까지… 갈수록 치열한 향수 전쟁

신세계그룹의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한 3875억원, 영업이익은 71%가 늘어난 2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성장세다. 성장을 견인한 건 여성복과 딥티크·바이레도·산타마리아노벨라 같은 니치 향수였다. 특히 니치 향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가량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012년부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해 2017년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현재 패션 대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화장품 사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면서 "특히 누구보다 빠르게 니치 향수 분야를 선점하면서 이 분야의 유행을 주도해온 것이 꾸준한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향수 시장은 프라다·구찌·톰 포드·버버리처럼 유명 패션 브랜드 업체가 주도하던 틀에서 벗어나, 최근엔 프레데릭 말·메종 프란시스 커정·딥티크·바이레도·산타마리아노벨라 같은 해외 니치 향수와 탬버린즈·논픽션 같은 국내 디자이너 니치 향수가 유행을 이끄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28개 브랜드의 니치 향수를 수입 유통하는 '퍼퓸 갤러리'의 관계자는 "'아무아쥬' '클라이브 크리스찬' 같은 초고가 향수를 들여와도 놀랍게도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면서 "너무 비싸고 너무 낯설어서 잘될까 싶은 제품조차 팔리는 게 요즘 한국 향수 시장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매장 늘리고 유통망 확대

대기업의 유통망 확대 경쟁도 치열해졌다. 현대백화점 계열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은 지난 5월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브랜드인 '리퀴드 퍼퓸바'를 론칭하고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데 이어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더현대서울을 비롯한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까지 매장을 늘렸다. 올해 안에 10개까지 매장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한달 동안 향수 매출이 전년 대비 54.5%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LF도 올해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를 론칭하고 LF몰에 온라인 쇼핑몰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올해 서울 가로수길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딥티크'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내년엔 가로수길에 '바이레도' 단독 매장도 조만간 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고자 :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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