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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과학기술원(카이스트·유니스트·디지스트·지스트)의 예산 재원(財源)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기획재정부가 13일 "이관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4대 과기원의 반대 의사를 수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기재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다 일주일 동안 분란만 겪다가 결국 뜻을 접은 셈입니다.

발단은 지난 7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기재부가 4대 과기원 총장들에게 예산 재원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옮기겠다고 전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그 자리에서 당장 '과기부 패싱(배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기재부가 얼마나 과기부를 우습게 알았으면 국회 예산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예산 재원을 과기부에서 교육부 특별회계로 통째로 바꾸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는 성토가 나왔습니다.

기재부는 "4대 과기원에 더 많은 재정 투자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신설되는 3조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이관하면 지금보다 과기원 예산이 늘어날 텐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기재부는 "특별회계로 이관돼도 예산 편성·집행은 현행 절차와 동일하고, 예산 승인권이 교육부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기원들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특별회계에서 300개가 넘는 전국의 대학(전문대 포함)이 예산 지원을 받게 되면, 과기원들에만 충분한 예산이 지속적으로 보장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재부와 과기원 간 불신이 쌓여가는 동안 과기원 주무 부처인 과기부의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뚜렷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관망하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지난 12일 "과기원의 의사에 반하여 이관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교육부 특별회계로의 이관은 없던 일로 됐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기재부의 졸속 추진과 과기부의 안이한 대응이라는 꼬리표는 남을 것입니다. 기고자 :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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