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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공정위 ＂제대로 심사하겠다＂… 실상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M&A) 심사 인력이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한 기업결합 건수는 1113건이었는데 M&A 심사는 8명이 전담했다. 한 명당 평균 139.1건을 처리한 셈이다. 미국 경쟁 당국의 M&A 담당 인력이 172명이고, 유럽연합(EU)은 68명, 일본은 57명인 것과 대비된다. 1인당 처리 건수는 미국 10.5건, EU 5.3건, 일본 5.2건이었다.

이렇게 인력이 적다 보니 공정위의 M&A 심사는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냈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의 '간이심사'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M&A 심사의 80% 이상이 간이심사였다. 플랫폼의 문어발 확장을 제대로 심사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대부분 간이심사, 플랫폼 문어발 막는 데 허점

공정위의 M&A 심사는 일반심사와 간이심사로 나뉜다. 기업결합으로 독과점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일반 심사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 따지는 간이심사를 진행한다.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의 M&A는 주로 스타트업 수준의 작은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간이심사만 받았다. 2017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카카오가 신고한 기업결합 62건 중 53건(85.4%)은 간이심사로 승인을 받았다. 제조업의 기업결합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낮은 기업을 M&A 할 경우 독과점 우려가 없기 때문에 간이심사를 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다르다. 카카오처럼 수천만명의 이용자를 가진 플랫폼 업체가 시장점유율이 낮은 택시콜이나 내비게이션 업체를 인수할 경우 곧바로 시장 지배자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공정위는 "대부분 간이심사로 처리된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를 원칙적 일반심사로 전환하고, 여러 서비스를 상호 연계해 복합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플랫폼 고유의 특성 등을 심사 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공정위 인력구조를 그대로 두고 심사 방식만 바꾼다면 기존의 부실 심사가 그대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는 제조업 등 심사보다 더 고난도의 작업이라 지금의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같은 산업의 경쟁업체를 인수하는 수평결합이나 완성품 업체가 부품업체를 인수하는 수직결합은 상대적으로 심사가 단순하지만, 메신저와 택시 같이 기존에는 전혀 관계가 없던 시장들이 합쳐지는 '이종(異種)결합'은 분석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결합을 일반심사로 전환한다면 각각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 봐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국제 M&A 시 해외 당국에 신뢰성 의심받아

문제는 또 있다. M&A 심사 인력 부족은 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 우리 공정위의 신뢰성을 의심받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전직 공정위 간부는 "해외 경쟁 당국은 어떻게 한국이 10명도 안 되는 인력으로 한 해에 1000건 넘게 심사하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의심이 국제 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정위의 글로벌 M&A 처리 건수는 2009년 53건에서 지난해 3배 이상인 180건으로 늘었다. 국내 기업들 간의 결합이라도 해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우리 공정위뿐 아니라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공정위의 신뢰성이 낮다면 해외 경쟁 당국이 공정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더 깐깐하게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EU 경쟁 당국의 불허로 무산됐다. 공정위는 EU 결정 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다 기업들의 신고 철회로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해외 당국이 참고할 만한 판단을 선제적으로 내리기는커녕 눈치를 보면서 심사 주도권을 놓쳤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로 '국제 기업결합과' 신설이 포함됐고, 공정위가 행정안전부에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인원을 늘리는 데 부정적인 기류가 정부 내에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 공정위에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100명 가깝게 인력을 늘렸는데 막상 필요한 M&A 심사 인력은 늘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픽] 주요국 경쟁당국의 M&A 심사 인력과 처리 건수

[그래픽]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기준 변경 내용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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