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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첫 출전하는 김진수·권창훈

김진수(30)에게 월드컵은 아픈 손가락이다. 날카로운 패스와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그는 2013년부터 부동의 대표팀 왼쪽 수비수였다. 하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악령 같은 부상 탓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는 최종 명단 발표 이틀 전에 소속팀(당시 독일 호펜하임)에서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명단에 포함시켰지만, 결국 회복 속도가 느려 출국 직전 박주호와 교체됐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는 석 달 전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김진수는 재활을 하다가 좀처럼 상태가 좋아지지 않자, 신태용 당시 대표팀 감독을 찾아가 '출전을 못 할 것 같다'고 직접 말한 뒤 홀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전 3기 만에 나서는 김진수

김진수는 지난 12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었다. 2전 3기 만에 나서는 본선 무대다. 김진수는 '월드컵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표팀 경험은 많지만 월드컵은 가 본 적이 없다. 다녀온 선배, 친구들에게 월드컵에 대해 많이 듣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늘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도 녹록지 않다. 김진수는 지난달 30일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직후 대표팀 소집에선 공식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지난 11일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맞대결도 명단에서 제외돼 앞선 두 차례 월드컵의 부상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김진수는 이에 대해 "1차전 출장은 문제 없다. 몸 상태는 좋고, 운동도 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이슬란드전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수에겐 이번 월드컵이 더욱 각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2019년 딸을 얻었다.

"딸이 네 살인데 말을 정말 잘해요. 아빠가 축구 선수인 것을 알고요. 아빠가 월드컵에서 뛰는 모습을 딸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눈시울 붉혔던 권창훈도

2018 러시아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선수가 또 있다. 대표팀의 미드필더 권창훈(28)이다. 당시 권창훈은 한 박자 빠른 슈팅과 남다른 활동량으로 당시 신태용호의 핵심 자원으로 꼽혔다. 손흥민이 상대 집중 견제를 받을 경우 움직임이 좋은 그가 공격의 활로를 뚫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권창훈은 월드컵 개막 20여 일 전 당시 소속팀이던 프랑스 디종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한 발짝 직전에 월드컵 꿈을 접어야 했다.

그 후 권창훈은 4년 동안 월드컵을 위해 달려왔다. 부상으로 장점이던 속도는 느려졌지만, 타고난 전술 이해도로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 눈에 들었다. 지난 6월 이집트와의 평가전(4대1 승)에서 4개월 만에 골을 넣고 눈시울을 붉혔을 만큼 간절하게 도전했다. 4년 동안 벤투호의 붙박이 주전으로 뛰면서 결국 지난 12일 발표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권창훈은 월드컵에 대해 "항상 해왔던 대로, 준비해왔던 대로 준비하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러시아 월드컵 직전 부상에 대해서는 "그때 이후 과감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도 몸 상태는 괜찮다. 크게 아픈 곳도 없다. 부상을 미리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권창훈은 본인에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도 별다른 소회를 말하지 않았다. "개인보다 팀으로서 발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벤투 감독님의 철학대로,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계속 잘 준비하겠습니다."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다하는 그라운드에서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래픽] 한국 국가대표 최종 명단

[그래픽] 김진수와 권창훈의 '월드컵 잔혹사'

[그래픽] 최근 월드컵 대표팀 비교 / 눈여겨볼 점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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