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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한센·공진원 공동 전시

보랏빛 가지 위로 나비와 붉은 나방이 비행한다. 덩굴로 뻗어있는 산딸기 방향으로 개미가 모여들고, 그 옆으로 방아깨비 한 마리가 지나간다.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초충도(草蟲圖·꽃과 풀벌레를 함께 담은 그림)의 한 장면. 일상의 자연을 담은 조선 회화가 북유럽 디자인 거장 아르네 야콥센(1902~1971)의 작품에 자수(刺繡) 장식으로 재현됐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자수장(匠) 최정인이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의 의자에 새긴 작품이다. 백조의 우아함을 형상화한 '스완 체어(swan chair)'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불어넣었다.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인테리어 트렌드 중의 하나는 '북유럽 감성'. 현대 북유럽 인테리어 디자인을 이끈 한 축으로 평가받는 브랜드 프리츠한센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서울 '문화역서울284'에서 창립 150주년 기념전 '영원한 아름다움'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선 이 브랜드의 가구 약 300점과 한국의 장인·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제품들을 볼 수 있다. 개미를 닮은 '앤트 체어'와 달걀을 닮은 '에그 체어'는 전 세계적으로 모방과 복제가 이뤄져 카페·회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브랜드의 상징적인 제품.

눈여겨볼 대목은 북유럽의 소탈함과 한국의 미(美)를 융합한 전시 '코리아 프로젝트'. 앞서 기존 제품군만을 전시했던 일본과 덴마크에서의 기념전과는 달리, 한국 전시에선 무형문화재 장인(4명), 현대 디자이너(3명)들과 협업해 북유럽 디자인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칠장(漆匠) 정수화는 흑칠을 하고 조개껍데기를 붙이는 나전칠기 기법으로 앤트체어를 장식했고, 채상장(彩箱匠) 서신정은 대나무 껍질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엮어 이 브랜드의 테이블 상판을 꾸몄다. 정식 판매는 하지 않는다. 전시 기간은 12월 11일까지. 관람료는 없다. 기고자 :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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