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8%대 물가 상승 꺾여… 금리인상 속도조절 하나

미국이 8%대 인플레이션에서 8개월 만에 탈출했다는 소식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춤추게 만들었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7.7%에 그쳤다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통계국의 발표는 뉴욕 증시를 급등시키고, 11일 아시아 증시를 뜨겁게 만들었다. 지난 6월 9.1%까지 치솟았던 미국 물가가 4개월 연속 하락하자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를 침체 공포로 몰아넣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이어서 연준이 속도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월 물가 상승률이 발표된 직후 "여전히 물가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를 더 높이 인상하고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물가 수준

미국 언론들은 일시적인 하락이 아니라 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7.7%인 10월 물가는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인 1월(7.5%)과 2월(7.9%)과 엇비슷하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을 제외한다면 연초보다 물가가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물가에서 비중이 큰 집값·주거비를 주목한다. 이런 주거 관련 부분은 가격이 이미 꺾였지만 공식 집계에 나타날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실제 물가는 7.7%보다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거비를 제외한 미국 물가는 9월보다 0.1% 떨어져 29개월 만에 처음 하락했다.

물가 안정세와 그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감축으로 경기가 소프트랜딩(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3분기 2.6%(전분기 대비·연율 환산 기준) 성장하면서, 1분기(-1.6%)와 2분기(-0.6%)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0월 물가 발표 직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점점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했다.

◇12월 빅 스텝 확률 85%

월스트리트저널은 10월 물가 발표 직후 "12월에 연준이 0.5%포인트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보다 보폭을 줄일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준이 올해 5번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0월 물가 발표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금리 예측 모형인 '페드워치툴'은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폭에 대해 '빅 스텝(0.5%포인트 인상)' 85.4%, 자이언트 스텝 14.6%의 확률로 내다봤다. 연준이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지난 7일 연 4.2%이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1일 연 3.8%로 하락했다.

페드워치툴은 12월 빅 스텝에 이어 내년 2월과 3월에 0.25%포인트씩 올려 현재보다 1%포인트 높은 연 4.75~5%에서 미국 금리가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10월 물가가 발표되기 이전 기준금리가 6%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5%쯤에서 정점을 이룰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연준이 12월에 자이언트 스텝에서 벗어나 빅 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빅 스텝 대신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연준의 결정은 노동 시장의 상황에 달려있다는 견해가 많다. 미국의 고용지표는 큰 틀에서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최근 소폭 악화되고 있다. 10월 실업률은 3.7%로 예상치를 상회했고, 11월 첫째 주의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22만5000건으로 예상치(22만건)나 전주(21만8000건)를 웃돌았다. 기고자 : 손진석 기자
본문자수 : 203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