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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센터 주최 '아세안 위크 2022' - 코사이어티에서 개최

10년 전 쯤이다.

이탈리아 고급 패션 브랜드 로로피아나(Loro Piana)에서 출장 제의가 들어왔다.

로로피아나는 브랜드 이름이 곧 최고급 원단의 상징이 될 정도로 캐시미어를 비롯해 희귀 천연 섬유로 된 의상 등을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곳으로 이름 높다.

로로피아나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북서쪽 피에몬테 지역 어딘가에서 장인들이 한땀 한땀 수놓고 있는 장면을 연상했다.

그런데 그들이 제시한 장소는 동남아시아 미얀마. 서울에서 거리상으론 이탈리아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지만 절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미얀마 북부 해발 875m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인레호수 끝자락에 위치한 수상 가옥.

수도 양곤에서 비행기로 1시간10분, 버스로 1시간30분, 5~6인승 보트로 다시 1시간30분을 가야 닿을 수 있었다.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덕에 미얀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꼽히며 요즘 외국인들 사이에서 뜨는 관광지 중 하나다. 하지만 로로피아나의 발길을 이끌며 이곳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린 건 '성스러운 섬유'로 알려진 '로터스 패브릭(Lotus fabric)'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연 줄기에서 뽑아낸 실로 만드는 원단이다. 로로피아나는 유럽 고급 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게 로터스 패브릭(로터스 실크)을 사용해 의복을 만드는 회사로, 최근 컬렉션에서도 로터스 실크를 이용한 의상을 선보였다.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연 줄기는 1m 길이 약 6500개 정도.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워낙 희소해 많이 만들 수도 없다. 당시에도 이미 재킷 한 벌에 천 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천연에서 재료를 찾아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수작업 기법으로 베를 짜듯 섬유를 지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기도 하지만, 원단의 탄생 과정 자체가 그들의 삶을 반영하기도 한다. 로터스 패브릭은 과거 일부 고승(高僧)이 착용했던 의복의 원단으로, 성스러운 만큼 실을 뽑아 옷감을 짜는 기간에는 살생을 금지하고 있다.

직접 현지를 찾아 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로로피아나 재킷을 사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 산넘고 물건너 현지를 찾아가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들고,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일년 열두달 돈을 꼬박 모은다 해도, 원단을 살 수 있는 순서가 언제 돌아올지도 장담할 수 없다. 소수의 인원이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그 '성스러운 섬유'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김해용)가 오는 13일까지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코사이어티에서 주최하는 '아세안 위크 2022'를 통해서다.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간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 '아세안 위크'는 아세안의 다양한 문화와 관광지를 소개하는 복합 문화관광 행사로, 2019년 한-아세안센터 설립 10주년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부산)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는 아세안 10개국의 대표 패브릭과 패브릭이 생산되는 지역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전시로 구성됐다.

'오래된 미래: 아세안의 패브릭, 지혜를 담다'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아세안 장인들이 섬세한 수작업으로 만든 자연친화적인 패브릭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로터스 패브릭을 비롯해,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 지미추가 구두 컬렉션에 사용한 말레이시아의 '푸아 쿰부(Pua Kumbu)', 블랙핑크 로제의 솔로곡 '온 더 그라운드'(2021) 뮤직비디오 의상으로 유명해진 베트남 디자이너 꽁찌(Cong Tri)가 애용하는 베트남 '란미아 실크(Lanh My A silk)' 등 아세안 10개국의 의복 문화와 나라별 특유의 문화를 상징하는 패턴이 한 자리에 모였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중립,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는 이미 아세안 지역 장인들에겐 수백 수천년 이어온 라이프스타일이기도 하다. 섬유가 탄생한 과정이 곧 그들의 인생이자, 생활을 유지하는 일터이자, 삶의 태도인 셈이다.

패브릭 전시품 이외에도, 패브릭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과, 관련 관광지를 엿볼 수 있는 사진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패브릭 전시품이 담긴 '아세안 위크 2022' 티저 영상은 한-아세안센터 유튜브 채널 (https://www. youtube.com/user/akc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세안 위크 관계자는 "전통 직조법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금번 작품들을 통해 예술과 실생활, 그리고 전통-현대-미래를 잇는 새로운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아세안 10개국의 패브릭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첫 전시인 만큼, 한국 대중에 아세안의 문화 가치를 알리는 장이자 아세안 전통 패브릭의 글로벌화를 위한 좋은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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