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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이익증가율 2.2%에 그쳐

미국 주요 상장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에 속한 기업 가운데 지난 4일 기준 85%가 실적 발표를 마쳤다. 지금까지 실적을 종합하면 3분기 S&P 500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2.2%로 2020년 3분기(-5.7%) 이후 가장 낮다.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에다 달러 강세가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달러로 증발한 이익만 100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른다는 추정도 나온다. 미국 주요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을 WEEKLY BIZ가 분석했다.

경기 침체와 강달러에 울상

코로나 기간 비대면 수요를 바탕으로 초호황을 누려왔던 빅테크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받아들였다. 5대 빅테크 기업(알파벳·애플·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가운데 애플만 전년 대비 순이익이 소폭 증가했고, 메타(옛 페이스북)는 52%, 알파벳(구글)은 27%, 마이크로소프트는 14%, 아마존은 9% 급감했다. 광고 수익 비중이 높은 메타와 알파벳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기업들이 마케팅 예산을 축소해 타격을 입었다. 매출의 90% 이상을 광고에서 얻는 메타의 올 3분기 광고 평균 단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하락했다. 알파벳 역시 유튜브 광고 매출이 2019년 실적 공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전 세계 PC 수요 약화와 이에 따른 윈도 운영 체제 판매 감소 등이 영향을 줬다.

경기 부진 못지않게 강달러도 빅테크 실적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S&P 500에 속한 IT 업종의 해외 매출 비율은 58%로 다른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데, 올 들어 달러화 가치가 17%나 오르는 바람에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벌어 들인 매출이 환율 변동분만큼 증발해버렸다. 해외 매출이 절반을 차지하는 MS는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매출 증가율이 11%에서 16%까지 올라가고, 순이익 감소율도 -14%에서 -8%로 완화된다. 3분기 매출(8.1%)과 순이익(0.8%)을 모두 늘린 애플도 "강달러가 아니었다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달러 강세 등으로 다음 분기 매출 성장률은 이번 분기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IT 기업이 아니더라도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강달러의 유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북미 외 지역에서 매출의 51%를 올리는 소비재 기업 P&G는 가격 인상 효과로 매출은 1% 늘었지만, 순이익은 4% 감소했다. P&G는 "이번 회계연도를 통틀어 불리한 환율 환경으로 13억달러, 원자재·운송 비용 증가로 26억달러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매출의 60%를 미국 밖에서 올리는 3M도 수요 감소와 강달러 영향으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지속적인 달러화 강세와 불확실한 거시 경제를 이유로 연간 매출과 순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조너선 골럽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달러 가치 상승으로 3분기 미국 기업의 순이익이 (예상치보다) 10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낮거나 가격 전가력이 높은 일부 기업들은 실적을 방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분기 코카콜라는 가격 인상 덕분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0%, 순이익은 14% 늘었다. 북미 판매 비율이 60%인 경쟁사 펩시코 역시 가격을 17% 올리면서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9%, 21% 늘었다. 다만 앞으로도 이들 업체가 호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행동이 변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브랜드로 갈아타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선방한 여행, 최대 승자는 에너지

은행들은 금리 인상으로 예대 마진이 늘고 대출 수요가 받쳐주면서 2분기보다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 미국 6대 은행(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시티·웰스파고·뱅크오브아메리카·JP모건)의 평균 매출은 1%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고,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해 지난 2분기(-35%)보다 낙폭이 줄었다. 다만 금융시장 침체로 인한 투자은행(IB) 부문의 부진은 3분기에도 계속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3분기 미국 6대 은행의 IB 사업 관련 수입은 평균 44% 감소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인수·합병(M&A)이 줄고 채권·주식 관련 수수료도 감소한 탓이다.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린 것도 이익을 깎아 먹었다. 6개 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지난 1분기 29억달러에서 3분기 51억달러까지 늘었다.

여행 업종은 엔데믹(코로나 풍토병화) 수혜 속에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의 경우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 13% 증가했고, 이익 측면에서도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19년보다 비행 실적이 10% 적었음에도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온라인 여행업체 익스피디아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2%, 33% 증가했다. 에어비앤비 역시 매출은 1년 전보다 29% 늘어난 28억8000만달러, 순이익은 45% 증가한 12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월가의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팬데믹이 끝나가는 데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을 맞아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4분기 매출은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항공사들은 연료비와 인건비 증가가 부담이다.

3분기 실적의 최대 승자는 단연 에너지 회사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에너지 업종의 이익 증가율은 139%에 달해, 평균치(2.2%)를 훌쩍 뛰어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메이저 정유업체 엑손모빌은 3분기 매출 1120억7000만달러, 순이익 196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67억5000만달러)보다 순이익이 거의 3배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액을 찍었다. 셰브론 역시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49%, 84% 증가했다.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CEO는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의 에너지 우려 속에 3분기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했고, 최근 조정을 겪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난 10년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 S&P500 업종별 국내·해외 매출 비율 / S&P500 업종별 이익 증가율 기고자 :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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