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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감수한 데이터·물류 투자 결실… 예상보다도 빠른 전환

쿠팡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8년 만에 멈췄다. 9일(현지 시각) 쿠팡은 3분기 영업이익 7742만달러(약 1037억원), 당기순이익 9067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2014년 직배송 서비스 로켓 배송을 도입한 이래 첫 분기 흑자다. 쿠팡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5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원화 기준으로는 27% 늘어났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가는 이날 7.02% 하락하며 거래를 마감했지만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10.5% 상승하며 18달러에서 거래됐다.

쿠팡은 2015년 "로켓 배송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3만9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대형 물류 창고 건설, 물류 자동화, 배송 기사 직고용과 같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매년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내왔지만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출혈 투자를 해가며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수익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흑자로 돌아선 시점이 당초 글로벌 투자사들이 예상한 2023년보다 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혈 투자 이제 빛 보나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물류 자동화 기술과 풀필먼트(주문에 맞춰 제품 선택부터 포장·배송까지 완료하는 일관 시스템) 인프라, 라스트마일(최종 배송)을 통합한 덕분에 수백만개 상품을 무제한 무료 배송과 새벽 배송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막대한 돈을 들여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누적 적자 6조원을 감수하며 2014년부터 수도권에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해서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가 넘는 물류·신선센터와 배송캠프를 구축했다. 총면적만 축구장 500개 규모(약 112만평)로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에서 사는 '쿠세권'을 구축했다.

쿠팡은 이렇게 마련한 물류 거점에서 고객에게 직매입한 제품을 바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택배업계의 중간 유통 단계를 대폭 줄였다. 또 그동안 쌓인 고객 주문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직매입할 상품의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재고를 고객과 가까운 인근 물류 거점에 배치하는 식으로 재고와 물류 비용을 줄여나갔다. 예를 들어 신선 식품 배송에선 여러 지역에 걸쳐 상품 개수를 확대하면 재고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지역별로 수요 변화를 예측해 주문과 발주를 최적화했다. 이 방식으로 3분기에만 신선 식품 재고를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쿠팡은 물류 자동화 기술에 2020년 5000억원, 지난해 7500억원을 투자하면서 물류 센터에 '자율주행로봇'도 들였다. 이 로봇은 상품을 모아 운반하고,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 사람이 3시간 동안 할 작업을 1시간으로 줄였다.

◇주가는 여전히 상장 때 3분의 1… 금융· 해외 신사업이 관건

지난해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연말까지 폭락을 거듭한 쿠팡의 주가는 올 들어 실적이 개선되면서 최근 6개월간 87.38% 올랐다. 3분기 실적 발표를 하고 난 뒤 장외 거래에서 반등세를 보여 10일 현재 18달러를 기록했다. 여전히 상장 당일 종가(49.25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최근 6개월간 해외 온라인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알리바바, 징둥닷컴의 주가가 두 자릿수로 떨어진 것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물류 자동화와 인프라 구축으로 본업인 상거래의 기반을 다져놓은 쿠팡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음식 배달, 핀테크와 같은 신사업과 최근 시작한 해외 진출의 성패가 관건이다. 쿠팡은 올 들어 쿠팡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페이에 자본금 400억원을 투입해 자회사 '쿠팡파이낸셜'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8월 여신전문금융업 등록 절차를 완료하며 금융업 진출을 예고했다. 쿠팡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일본·대만에서 시범 영업을 하다가 지난달 대만에 로켓 배송을 진출시켰다.

[그래픽] 쿠팡 상장 후 분기별 실적 기고자 :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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