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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 2' 5일 연속 세계 1위 독주 태세

웬만해선 그녀를 막을 수 없다. 빅토리아 시대 잉글랜드의 무거운 전통과 관습 따위, 10대 소녀 '에놀라 홈즈'(밀리 보비 브라운)는 요리조리 피하고 가뿐히 뛰어넘는다. 넷플릭스 새 영화 '에놀라 홈즈 2'가 5일 연속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독주하고 있다. 시청 시간 공식 집계에서도 11월 첫 주 6408만 시간(넷플릭스 톱10 기준)으로 세계 1위다.

에놀라의 목표는 스무 살 위 오빠인 당대의 명탐정 '셜록 홈즈'(헨리 캐빌)처럼 당당한 탐정으로 인정받는 것. 통통 튀는 허당기에 깔깔대다가, 만만찮은 추리력과 격투술에 무릎을 치게 된다.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전개도 큰 장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런던에 탐정 사무소를 연 '에놀라'. 하지만 찾아온 사람들은 다들 '아가씨는 비서냐' '오빠나 만나게 해 달라"며 부아를 돋운다. 그때 성냥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소녀가 "사라진 언니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일에 시달리는 여성 근로자들의 공장에 잠입하고, 숨겨진 편지에서 단서를 발견하며 조금씩 진실에 접근해 가는 에놀라. 그런데 누군가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급진적 여성 해방 운동가인 어머니(헬레나 본넘 카터)와 친구들, 공금 횡령 사건을 추적하던 오빠 '셜록'이 에놀라의 여정에 얽혀 든다.

에놀라 역의 밀리 보비 브라운은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에서 세계 멸망의 열쇠인 초능력 소녀 '일레븐'이었던 배우. 2020년 작 1편의 흥행으로 단독 주연 능력을 증명했던 그는 속편도 매끈하게 이끌어간다. 조금 넘치게 발랄해 방정맞을 때도 있지만, 화면 너머 관객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면 함께 모험을 하고 있는 친구처럼 친근하다.

어쩌면 셜록 홈즈는 지성과 추리력의 수퍼 히어로일지도 모른다. 마블 영화의 '닥터 스트레인지'인 베니딕트 컴버배치, '아이언맨'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근래 흥행한 셜록 홈즈 영화·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퍼 영웅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시리즈의 셜록 홈즈 역시 영화 속 '수퍼맨' 헨리 캐빌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마법 망토와 초능력 대신, 에놀라에겐 꿋꿋한 강단과 공감 능력이 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최약자인 가난한 여성의 삶에 주목하고, 살인 누명을 쓰면서까지 그들의 편에 서서 싸우는 낭만적 정의로움은 에놀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실제 역사와 현실을 교직한 이야기는 에놀라가 활약할 공간을 마련한다. 1편에서 남성 시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영국의 1832년 대개혁 법안을 둘러싼 암투를 끌어들였던 영화는, 속편에서 세계 여성 근로자 인권의 기념비적 사건인 1888년 성냥 공장 여성 근로자 파업을 이야기의 중심에 둔다. 셜록과 에놀라의 엄마가 가담한 급진적 여성 참정권 운동가 '서프러제트(suffragette)'들 이야기도 흥미롭다.

우울하고 어두운 소식이 많은 시기. 이 영화의 흥행은 시종 유쾌한 데다 행복한 결말이 예비돼 있는 탐정 모험물에 시청자들이 반응한 결과일 것이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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